프로골프대회에서 동반플레이어가 규칙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경기위원을 불러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그런데 스페인의 '간판 골퍼'이자 94,99년 마스터스챔피언인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37)은 그렇게 생각지 않은 모양이다. 규칙에 대해 동반자와 '언쟁'을 하느니 차라리 '패배'를 택하는 것이 명예롭다고 생각한 것 같다. 10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치아의 라라오르 엘 살레르GC 3번홀(파5). 영국·아일랜드-유럽대륙간 팀대항전인 '세베 트로피' 최종일 싱글매치플레이에서 올라사발과 파드레이그 해링턴(아일랜드)이 맞붙었다. 파드레이그의 세번째샷이 홀에서 3m지점에,올라사발의 볼은 홀에서 2.4m지점에 각각 멈추었다. 그런데 올라사발의 퍼트라인이 스파이크 자국 등으로 울퉁불퉁했다. 스파이크 자국만 있으면 분명히 그것을 수리할 수 없지만(규칙 16-1c), 그곳엔 볼이 떨어질때 생긴 충격으로 파인 자국이나 옛날 홀을 팠던 자리(이는 수리할 수 있음)같은 것도 있었던 모양이다. 해링턴은 올라사발이 당연히 경기위원을 부를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올라사발은 아무 말 없이 그 자국들을 수리했고,이에 해링턴이 "경기위원한테 물어보지 그랬느냐!"고 말하자 올라사발은 갑자기 '컨시드'를 선언했다. 컨시드는 원래 상대방의 짧은 퍼트에 대해 '기브'를 주는 것인데,해링턴은 3m거리이므로 컨시드를 받을 상황이 아닌데도 받음으로써 결국 버디가 돼버린 것. 그때까지 열세였던 해링턴은 그 홀에서 '개운찮은' 승리를 했고,이에 힘입어 그 매치를 비겼다. 영국·아일랜드는 결국 팀스코어 15-13으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지켰다. 그러나 이 해프닝은 많은 '뒷말'과 함께 규칙에 관한 사항은 동반자가 신경쓰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