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과 충남의 경계에 위치한 문경새재는 혼자 떠나는 '시간 여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문경새재는 경상도 지역에 살던 옛 선비들이 한양에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했던 조선시대 '1번 국도'상의 고개.'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또는 '풀(억새)이 우거진 고개'라고 해서 '새재'라고 불렀다고 한다. 새재에서의 시간여행은 도립공원 입구에 차를 세우면서 시작된다. 숙종 34년(1708년)에 지어졌다는 첫 번째 관문 주흘관을 지난다. 잘 다져진 흙길 양옆으로 곧게 뻗은 소나무와 붉게 물든 활엽수들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주흘관에서 5백m.'발 씻는 곳'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곳에서부터 맨발로 걸을 수 있다. 길 왼쪽으로는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로 흐르는 깊고 맑은 계곡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물과 단풍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듯하다. 오른쪽으로는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라고 만들어놓은 인공 물길이 정겹다. 돌아오는 길.조곡관을 통과해 1km 정도를 내려오다 보니 시간여행은 어느새 고려시대로 확장된다. '태조 왕건''제국의 아침'에 이어 '무인시대' 촬영이 한창인 KBS 촬영세트다. 백제궁 등 궁궐 2동,기와집 41동,초가집 40동 등 '고려촌'이 2만여평 부지에 들어서 있다. 도립공원을 빠져나와도 시간여행은 멈추지 않는다. 새재에서 12km 지점에는 조선 백자의 단아한 아름다움이 이어져오는 도자기 박물관을 비롯 하늘재요,주흘요 등 도자기 작업장들이 모여있는 도자기 집성촌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은 2백40년간 8대째 도공의 업을 이어받고 있는 조선요. 지어진 지 1백60여년이 됐다는 국내 최고(最古) 도자기 가마와 2백40년을 버텨온 물레,작업장 등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에서 뜻밖에 만날 수 있는 큰 수확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 [ 여행수첩 ] 중북내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에서 문경가는 길이 한결 가까워졌다. 중부나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호법이나 신갈 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 여주휴게소를 지나면 중부내륙선을 탈 수 있다. 고속도로가 끝나는 충주에서 수안보 방향으로 가다보면 계속 문경 표지판이 나온다. 왕건식당(054-571-8857)의 묵채밥과 왕건한정식,왕건주 등이 유명하다. 초곡관(054-571-0177)의 송이버섯전골,안동간고등어와 깊은 산속 화로구이(054-571-7978)의 돼지숯불구이도 맛있다. 문경시청 문화관광과(054)550-6393.문경새재관리사무소(054)571-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