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9:52
수정2006.04.04 09:54
SF걸작 "매트릭스" 시리즈는 사랑과 구원에 관한 영화다.
잘못된 미래를 구원하기 위해 기적이 필요하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종교적 우화에 가깝다.
1편과 2편이 매트릭스의 노예로 변한 인간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구원자를 찾아내 성장시키는 과정이었다면 시리즈의 최종판인 "매트릭스3-레볼루션"(감독 워쇼스키 형제)은 구원자를 확인하고 구원의 실체를 형상화했다.
전편에서 구원자로서 자기 존재를 스스로 의심하거나 의심받아야 했던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여기서는 "미래의 예수"로 떠오른다.
인공지능 스미스 요원과 결전을 벌이는 네오가 매트릭스 앞에 양팔을 벌린 채 누워 있는 모습은 인류의 고통을 짊어진 채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상징한다.
네오가 싸움으로 숨졌다가 생명을 되찾는 과정도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나타낸다.
매트릭스가 제시하는 가짜 현실을 거부하고 진실을 쟁취하는 네오는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예속된' 존재로서의 우리와 자유의지를 지닌 우리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수행했다.
네오의 인류 구원은 첨단 테크놀로지인 매트릭스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모색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터미네이터' 등에서 기계를 파괴함으로써 인간 승리를 선언했던 것과는 다르다.
인간이 만든 매트릭스가 인간을 노예로 삼았듯 매트릭스도 자신이 창조한 스미스 요원으로부터 역공을 받지만 네오가 스미스의 탐욕을 저지하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스스로 결함을 인정하고 자신의 영역을 지킬 때 비로소 평화와 공존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구원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사랑이다.
전편에서 트리니티(캐리 앤모스)는 사랑의 힘으로 죽은 네오를 소생시켰고 3편에선 네오를 따라 매트릭스로 향하는 죽음의 여정에 동참한다.
목숨을 걸고 사랑을 선택할 때 구원에 이른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사랑과 광기는 놀랄 만큼 닮았다"는 스미스 요원의 진술처럼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인 것이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매력은 이처럼 숱한 상징들을 동원해 인간을 성찰하는 데 있다.
하지만 1편에서 쏟아진 심오한 질문들에 대해 3편이 내놓은 대답들은 할리우드의 뭇 액션영화처럼 피상적이다.
대신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특수효과로 눈부신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다.
저항군의 로봇 기갑 부대가 매트릭스의 살인기계 센티닌들과 혈전을 벌이는 시온의 전투 장면이나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빌딩숲 속에서 벌이는 스미스와 네오의 결투는 현대 영상기술의 결집체로서 손색이 없다.
5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