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자들은 화학반응을 슬로모션으로 보길 원한다. 생물학자들도 이산화탄소와 물이 결합해 녹말을 만드는 광합성의 세부 과정을 살펴보고 싶어한다. 순간에 불과한 화학반응을 느린 영상으로 재현하고 그 모든 변화를 생생히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펨토 과학기술이다. '펨토(femto)'란 10의 마이너스 15승을 가리키는 단위다. 소수점 이하의 0이 무려 14개다. 극미세기술로 널리 알려진 '나노(nano)'는 10의 마이너스 9승이다. 펨토 과학기술은 펨토 초(1천조분의 1초)의 극초단 시간 동안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원자와 분자 및 전자 운동으로 일어나는 동적인 기본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불교계에서 말하는 가장 짧은 시간인 '찰나(刹那)'를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분자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찰나의 시간에 발생한 반응들을 슬로모션화해 엿가락처럼 늘여서 볼 수 있는 것. 펨토 초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시계라면 1천조 년에 1초 정도의 오차밖에 생기지 않는다. 펨토기술이 적용된 초정밀 레이저는 극초정밀 가공이나 안과수술 등 의학기술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기존 MRI는 해상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은 의료장비를 만들 수도 있다. 펨토기술은 특히 짧은 시간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보내는 광통신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펨토초 단위로 데이터를 전송할 경우 전송 가능한 데이터량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핵융합기술 세포융합 등 '첨단'이라는 용어가 붙은 거의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도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이종민 고등광기술연구소 소장은 "20세기가 전자기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전자보다 훨씬 작은 광양자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기존 전자기술의 속도 한계를 뛰어넘는 광양자를 다루는데 필수적인 펨토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