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은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다. 경제예측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경제예측을 일기예보에 비유한다.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어떤 분은 예측능력을 문제삼자 "예측하는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 주역 공부를 할 수도 없는 일이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측인지 목표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정부가 올해 3% 성장전망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 관련, "3% 성장을 목표로 노력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과거 어느 부총리는 경제예측 기관들이 정부가 내놓은 것에 비해 좋지 않은 전망을 내놓자 '패배주의 발상'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어쨌든 최근 경제예측 기관들의 예측이 틀려도 너무 틀린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하반기 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자 경상수지 전망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1백30억달러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런 추세를 감안, 한국은행은 올해 1백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했지만 쑥스러워하는 것 같다. 지난 7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20억 달러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무려 5배의 차이가 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비슷했다. 경상수지 적자를 예측한 연구소도 있으니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에 속한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예측이 빗나간 것은 수출 변수를 과소평가한 탓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재경위에 제출한 '1998년 이후 국내 경제예측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와 실적치 비교자료'에 따르면 그 격차가 너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4월에 발표한 경제성장 전망에서 한국은행은 마이너스 2.0%, KDI는 마이너스 1.0%, 삼성경제연구소는 마이너스 0.3%, LG경제연구원은 마이너스 1.3%, 한국경제연구원은 마이너스 0.5%를 제시했는데 실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6.7%에 달했다. 그나마 차이가 적은 2000년을 제외하곤 99년, 2001년, 2002년 모두 전망치가 크게 빗나갔다. 올해의 성장률도 계속 수정 중이다. KDI의 성장률 전망치는 5.3%→4.2%→3.1%→2.6%로 변했다. 작년 12월 전망치의 절반 이하로 낮췄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전망에선 5.7%였지만 지난 4월 4.1%, 7월에 다시 3.1%로 낮췄다. 우리만 그런 것일까.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국내 기관들과 달리 90여억달러라고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국제통화기금(IMF)도 실상은 비슷하다. IMF도 지난 98년에 한국의 미미한 플러스 성장(실제로는 마이너스 6.7%)을 전망한 사례가 있다. 최근 미 의회회계감사국(GAO)은 IMF가 지난 10년간 '세계경제전망'에서 내놓은 불황 예측이나 국가별 경제전망의 적중률이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래 저래 경제예측은 어렵다. 국내외적으로 변수도 많아졌다. 특히 우리의 경우 세계경제의 정확한 예측도 어려운 판에 북핵문제와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다 오락가락하는 정책까지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선진국형 계량모델을 가져다 예측한들 한계가 있을게 뻔하다. 게다가 예측시 정책적 고려까지 해야 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계량모델의 한계 때문에 일종의 여론조사라고 해야 할 각종 소비자 및 기업심리지수라는 것도 동원하지만 과학적 예측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복잡한 상황에 맞춰 예측기법을 고도화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큰 과제다. 경제 외적 변수를 어떻게 고려할지 연구가 필요하다. 경제예측 기관들이 서로 비슷한 예측치를 내는 것도 문제다. 결과적으로 비슷했다면 몰라도 '틀려도 비슷하게 틀리는 것이 낫다'는 식의 무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야말로 후진적 예측이다. 모든 것을 외부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한편 경제예측을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알아야 할게 있다. 모든 예측은 가정(假定)이나 전제를 달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KDI가 예측한 잠재성장률 5%만 해도 대외개방 확대, 사회시스템 개선 등의 가정에서 출발한다. 국내 경제연구소들이 전망하는 4.3∼5.1% 사이의 내년 경제성장률도 '국내 불안요인 최소화, 경제주체들의 경제심리 회복'이라는 엄연한 전제가 있는 것이다. 가정이나 전제가 달라지면 전망도 달라질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변화요인이 발생했는데도 비판이 두려워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