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김용순 대남담당비서의 사망에 대한 조문 표시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라종일(羅鍾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 김 비서의 사망과 관련, `조문을 표시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토할 수 있는 문제이며 장례식 같은 행사가 있을 때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특히 고 김 비서가 그간 북한의 대남정책 총책으로서 화해와 협력 정책을 이끌어왔다는 점과 북한이 최근 2차 6자회담과 관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서면 보장' 방안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상당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단순히 조전을 보내는 차원 이상의 조문표시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정부가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보낸다면 분단 이후 첫 사례가 된다. 지난 94년 7월 북한의 최고권력자인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 당시 민주당 소속 이부영 의원의 조문 발언으로 논란이 있었으나 정부는 아무런 조문표시도 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당시 북한과 1차 핵협상을 하던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회담 대표는 협상이 열리던 스위스 제네바에 북측이 마련한 임시 분향소를 찾아, 북측 회담대표인 강석주 외교부 제 1부부장을 위로했었다. 북한은 2001년 10월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사망시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표로 한 4명의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으며, 지난 8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망과 관련, 아태평화위 차원의 조전을 보내고 평양과 금강산에서 대규모 추모 행사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김 비서의 사망에 따른 정부의 조문 여부를 놓고는 적잖은 파장과 반발이 예상된다. 최근 북한의 반북단체 해체 주장에 따른 반북정서 확산,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사례 등으로 미뤄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조문 표시를 결정할 경우 보수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한 거센 저항이 예견된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김용순 비서가 남한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해가는 과정에서 파트너로서 한 역할은 인정하겠지만 일개 정부 관리에 불과한데 공적으로 조문을 보내는 것은 전례가 없으며 국민정서상 수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송두율 교수 문제가 불거져 있고 대북 국민정서가 아직 성숙돼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정부차원에서 조문단을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실무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장용훈 기자 kjihn@yna.co.kr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