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를 위해 자사주의 공개매수를 선언한 한진해운이 고민에 빠졌다. 공개매수 가격이 1만5천원으로 현재 주가(1만5천7백원)보다 낮다는 게 문제다. 이 상태라면 공개매수에 응할 주주가 없을 게 분명하다. 계열사인 대한항공조차도 공개 매수에 참여하겠다는 방침과 달리 20일 장내에서 44만주를 처분했다. 시장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자니 회사에 부담이 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계열사간 엇박자=이번 주식 공개매수는 세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됐다. 첫째는 계열분리이고,둘째는 대한항공의 재원마련,셋째는 한진해운의 주식가치 향상이다. 대한항공은 대우종합기계가 보유한 카이(한국항공우주산업)지분을 취득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또 한진해운은 이 주식을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주식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 그러나 △공개매수 가격이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고 △대한항공이 생각보다 많은 한진해운 보유주식을 매각키로 결정하면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주주들의 반대를 이유로 이 가격대에선 공개매수에 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를 비추고 있다. 장내에서 한꺼번에 9백60만주(13.38%)를 털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예상 시나리오는=한진해운으로선 가장 손쉬운 방법이 주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최근 이틀간 물량 부담에 대한 우려로 한진해운 주가가 급락한 추세가 이어지면 당초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공개매수에 응할 주주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겠다는 한진해운측의 의도와는 달리 주가를 급락시켜 놓고 싼 값에 사들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일각에선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증권 지헌석 연구원은 "한진해운측으로서도 자사주 매입의 원활한 수행은 물론 대한항공이 장내에서 모두 매각할 경우 우려되는 대주주 지분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진해운 관계자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공개매수와 관련된 조건 등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