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윤리경영'을 화두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추진된 자회사 민영화가 몸집을 줄이는 양적인 개선 과정이었다면 윤리경영은 질적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윤리경영의 목표는 전기 품질과 서비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윤리성과 직원들의 청렴도 수준에서도 세계적인 회사로 평가받겠다는 것.
나아가 공익을 기업경영의 목표로 삼는 공기업에서 제대로 된 윤리경영의 모델을 창출,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게 한전의 복안이다.
한전은 이미 1996년 국내 공기업 가운데 처음 윤리강령을 제정했다.
그러나 후속 조치가 수반되지 못해 기업문화로 뿌리내리진 못했다.
이런 실패 경험을 교훈삼아 올해부터는 사내 제도와 문화 혁신을 통해 윤리경영이 기업내에 체화될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부정과 비리를 낳을 소지가 있는 각종 제도를 가려내 개선하고 부서별 윤리경영을 위한 자체 계획을 수립해 정기적으로 점검 중이다.
직원들의 윤리의식 재무장을 위한 대내외 교육과 홍보활동도 강화했다.
윤리경영의 신호탄은 지난 4월 열린 '윤리경영실천 다짐대회'.
이 대회를 통해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모두 청렴서약서를 제출했고 각 직급과 직군을 대표하는 위원들로 윤리경영위원회도 구성했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윤리의식 재무장을 위해 사내 교육기관인 중앙교육원에 윤리경영 과목도 신설했다.
부패 소지가 있는 제도를 뜯어고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전직원을 대상으로 부패방지 아이디어를 공모,제도 개선에 적극 반영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제도가 지난해 4월25일부터 실시한 '청렴계약제'이다.
그동안 사업소별로 크고 작은 공사 계약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계약비리 가능성이 대두됐다는 점을 감안,부패가 일어날 소지를 원천 봉쇄하는 조치다.
청렴계약제란 구매 공사 용역 발주 등 모든 계약을 체결할 때 청렴계약 특수 조건을 명문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납품계약이 체결된 뒤 뇌물 공여 등 부조리가 드러나면 입찰 참여업체가 계약 해지 및 입찰참가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한전은 이같은 청렴계약제를 통해 부조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이와 함께 부실 시공을 예방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청렴계약제'와 함께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전자입찰제도'도 마련했다.
현재 한전은 물품을 구매할 때 국내 입찰 전품목에 대해 전자입찰을 실시하고 공사 및 용역 부문에서도 국제 입찰을 제외한 모든 공사 용역에 대해 전자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전자입찰제도를 통해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입찰 참여업체들이 한전을 직접 방문하던 관행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
한전 업무담당자와 입찰 참여업체의 대면 기회를 근원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비리 발생 소지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오던 소액계약도 지난 8월부터 '공고→입찰 참가신청→개찰→낙찰 결정' 등의 모든 과정을 전자조달 시스템에 따라 수행토록 했다.
한전에 기자재를 공급하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도 낮췄다.
한국전기연구원 한 곳으로만 정해져 있던 인정시험 시행기관 역시 국내외 공인시험기관으로 확대했다.
인사제도에도 윤리경영의 의지를 담았다.
승진과 주요보직 인사기준에 '청렴도' 항목을 신설,이를 인사고과에 적극 반영토록 인사제도를 개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리경영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전기공사를 수행하는 협력업체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사장이 직접 협력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밖에 정기적인 자체 청렴도 조사를 통해 윤리경영 취약사항을 체크하고 있으며 민원처리 실명제와 함께 민원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내년부터는 배전단가 계약제도를 건당 전자공개 입찰제도로 전환,업무처리 과정의 투명성을 한 단계 더 높일 계획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