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17일 역내 경제회복, EU헌법, 공동방위, 이라크 재건 지원 등을 논의한 뒤 폐막했다. EU 15개국 정상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이틀째 회담을 열고 세계경제불황과 함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EU 경제활성화 방안, EU 최초의 헌법안, 공동안보강화, 이라크 재건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상들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정보통신, 사회 기간 시설, 에너지 분야 등에 관한 대규모 투자계획에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새로 EU에 가입할 중동구권을 중심으로 건설될 교량, 도로, 항만, 철도 등에 관한 계획으로 투자규모가 연간 50억유로에 이르며 집행위는 회원국들에 이에 대한 결정을 연내에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EU 정상들은 내년 5월부터 본격화될 회원국 확대를 앞두고 작성 중인 EU 최초의 헌법안에 대한 각국 입장을 표명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프랑스 대통령이 의장인 유럽회의가 제시한 헌법초안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EU헌법안의 최대 쟁점은 EU 대통령 및 외무장관 신설, EU내 최고의사결정 방식, 집행위원회 권한 축소 등이다.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들이 대통령직 신설에 찬성한 반면 중소규모 회원국들은 자국의 발언권 약화를 우려해 대통령직 신설, 집행위 권한 축소 등에 반대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회원국들이 헌법안에 대한 입장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으며 이번 회담은 헌법 안에 대한 회원국간 협상이 아니라 대체로 각국이 자국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EU 정상들은 또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공동방위협력 강화에 합의했다고 이번 회의의 의장국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EU 정상들이 만장일치로 유럽방위정책에 합의했다"며 "이 정책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제출한 새로운 이라크 결의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 EU는 이라크 재건 지원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대규모 지원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의 새 이라크 결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라크 국민에 대한 주권이양이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EU를 통해 공동 집행하는 지원 외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EU의 이라크 재건지원은 이미 발표된 2억 유로에서 추가로 늘어나지 않았다. EU는 폐막 성명에서 이라크 주권이양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이 제시돼야 하며 유엔이 이라크 재건을 위해 "강력하고 중대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를 대리해 주목을 끌었다. 슈뢰더 총리는 중대 노동개혁안의 의회 표결을 위해 16일 저녁 귀국했으며 시라크 대통령은 17일 열린 2차 실무정상회담에서 슈뢰더 총리를 대신해 독일 입장을 대변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