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낮 2시간이 넘는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북핵문제,정치개혁과 국정운영 방향,재벌수사와 부동산시장 안정화 의지 등에 이르기까지 '속마음과 구상'을 자세히 드러냈다.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을 방문,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적잖은 부분에 대해서는 '오프'(비보도)를 요청한 뒤 자세한 설명을 했다. '노 타이'차림으로 "편안하게 잡담 좀 하려 한다"고 운을 뗀 노 대통령은 "여러분이 관심갖는 것이 국민들의 관심"이라며 각종 국정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후임 감사원장 인선에서는 "사람찾기,전문가찾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고민을 토로했고,최낙정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낙마에 대해서는 "공직자로 검증된 사람인데 예측못한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내가 좀 우습게 됐고...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추석 직전인 지난달 7일 예고없이 기자실을 방문했을 때 제안된 "가능하면 한달에 한번 정도는 편안하게 만나자"는 기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라크 추가파병의 진행상황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만일 파병을 결정해 부대를 편성 훈련하고 장비를 배 태워 보냈는데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열리지 않거나 열렸더라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돌발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북한이 플루토늄 핵무기 미사일 등을 내세우고 나올 경우 한반도 안보상황은 급격히 위기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당선자였던 시절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객관적으로 염려할 만한 사실이 있나. "면밀히 점검하자는 것이지,징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파병에 대한 UN결의는 대단히 중요한 변수다. UN결의에 따라 결론은 안 바뀌어도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청와대에서 송두율 교수를 초청하려 했는데.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실무선에서 알아서 초청했을 뿐이며,(나는) 안했다. 송 교수가 들어오고 싶으면 국법에 따라 조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여러가지 불리한 사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 의외고,이념공세 빌미가 되니까 난감하고 불편하다." -최근 '호남 민심이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 나를 찍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는데. "단언하건대 지역구도가 계속되면 그 속에서 정치인들은 재미보고 국민들은 골병든다. 잘라 말하건대 지역구도가 이런 식으로 되면 호남이 빛볼 수 있느냐고 묻고 싶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호남이고,지역구도 해소야말로 호남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다. 대통령 되는데 호남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는데 내가 왜 배신하나. 그말 가지고 (민주당 호남출신 의원들이) 국회의원 계속하겠다는 것인데 양심들이 있어야 한다." -재벌관계자가 수사받고 있다. "청와대는 지금 불편해도 앞으로의 질서를 위해 수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검찰이 잘못 판단해도 스스로 책임있게 판단케 하고 점차 성숙해가도록 해야 한다."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는 무당적으로 가는게 좋겠다고 했는데. "그냥 있는게 부자연스럽고 탈당을 결행하기도 쉽지 않아 망설이는데 시빗거리가 계속돼서 그냥 나왔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끊임없이 정계를 개편해왔으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만 지역분할의 기득권 구조가 스스로 와해되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 지역구도를 깨지 않으면 한국정치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최근 정치상황은) 새로운 정치질서로 나가는 창조적인 와해다." 허원순·정종호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