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칸쿤 각료회의 결렬 이후 기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달 7일과 8일 이틀동안 열릴 예정이었던 반덤핑 보조금과 수산보조금 관련 규범 협상은 이달 27일과 29일로 연기됐고 6일부터 9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농업특별회의도 연기됐다. 6일과 10일로 잡힌 서비스특별회의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쿤 회의 이후 WTO회원국의 다자간 협상팀은 모두 본부가 있는 제네바로 돌와왔지만 협상에 모멘텀을 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서 수파차이 파닛팍디 WTO사무총장은 제네바로 돌아와 WTO사무국장회의도 소집하지 않은 채 이렇다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카를로스 카스티요 일반이사회 의장만이 방미길에 오르는등 가시적 노력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수파차이 총장이 이처럼 주춤거리고 있는 가운데 WTO는 오는 10일 일반이사회의수석대표자(HOD) 회의를 열고 협상의 추후 진로를 모색할 예정이지만 큰 기대는 없는 모습이다. 일부 회원국의 수석대표들인 대사들 사이에서 총장이 표류하는 모습을 놓고 그가 총장역 보다는 조국인 태국에서의 차후 행보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아니나며 비판적 시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파차이 총장이 8인 특별위원회를 구성, 협상규칙과 조직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와중에서 나온 것이다. 조직 개혁안은 파스칼 라미 통상담당집행위원을 위시한 EU측에서 주로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의(만장일치)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의 결함을 시정하기 위해 '선택적 배제'방식을 도입하고 현재 560명 수준인 WTO사무국 직원수를 1천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 8인특별위원회가 검토할 개혁안의 골자다. 제네바의 협상 소식통들은 그러나 칸쿤 회의마저 총의를 모으지 못해 결렬된 점을 지적하면서 과연 개혁안이 채택될 수 있는지 미심쩍어 하고 있다. 수파차이 총장이 농업을 포함한 몇몇 협상그룹의 의장을 교체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농업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튜어트 하빈슨 의장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를 의심하는 회의적 의견도 적지 않다. DDA협상은 오는 12월 중순까지 모종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터이지만 여전히가야할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수파차이 총장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협상의 본류에서 벗어난 이슈만이표면화되고 있는 지금, 남은 2개월이 과연 시간적으로 충분한 것이냐는 의문후보들만이 작금의 제네바 협상 공간을 떠돌고 있는 분위기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