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가전업계 처음으로 "무(無)재고 생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양문형 냉장고 "지펠" 생산라인에 무재고 방식을 첫 적용,10~20%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26일 밝혔다. "무재고 생산방식"이란 미리 적정량의 제품을 생산해 놓고 고객의 주문에 따라 배송하는 방식이 아니라,고객의 주문을 받은 뒤 생산을 시작하는 "선(先)주문-후(後)생산의 주문생산방식". 삼성전자의 무재고 생산체제 가동은 국내 가전업계 최초의 도요타식 "JIT(Just In Time) 생산방식" 도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국내 제조업체들은 JIT 도입을 서둘러왔으나 완전한 정착을 이루지는 못했다. 삼성광주전자 김기택 상무는 "전남.북에 각각 1곳씩 두고 있는 지역물류센터에 지펠 냉장고를 보관할 필요가 없어져 적어도 10%,많게는 20%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9단계 생산 흐름을 6단계로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지펠 냉장고를 생산할 때 가장 먼저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를 조사해 수요 예측부터 해야 했다. 이를 토대로 본사가 광주공장에 생산량을 결정해 생산을 지시하고 생산공장은 본사의 지시에 따라 협력업체에 부품 및 자재 납품을 요청해 생산에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무재고 생산체제 아래서는 수요 예측이 필요없다. 고객들이 대리점이나 영업점을 찾아 제품 구매를 결정하면 단말기에 입력된 주문 내용이 곧바로 협력업체와 생산공장에 통보된다. 고객이 주문을 하고 협력업체가 부품 및 자재를 납품해 냉장고가 조립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15시간 정도다. ◆재고 제로(0)에 도전 결국 고객의 주문을 받은 뒤에야 부품과 자재가 공장에 유입되는 만큼 부품이나 자재를 재고로 떠안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생산된 제품도 마찬가지.과거에는 적정 재고 수준으로 제품을 생산해 이를 중앙물류센터에 쌓아 두고 지역물류센터에 물건이 빌 때마다 제품을 옮겨 놓는 시스템이었다. 고객이 주문이 들어오면 지역물류센터에서 제품을 골라내 고객에게 배송해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이 이미 주문한 제품이므로 지역물류센터가 없어도 된다. 중앙물류센터에서 한 단계의 분류만을 거친 뒤 곧바로 고객의 가정으로 해당 제품을 배송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24시간.과거 고객이 대리점이나 영업점에서 제품을 구매해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과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이 방식은 고객에게 아무런 불편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어제 주문한 제품이 밤새 공장에서 생산돼 이튿날 배달되는 것을 보고 더 큰 만족을 느낀다는 게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객 만족도 제고에도 한 몫 삼성전자는 현재 이 시스템을 광주공장이 있는 광주 및 호남지역에서만 시행하고 있으나 단계적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펠에 이어 다른 고급 가전 브랜드인 파브(TV)와 하우젠(김치냉장고 에어컨 드럼세탁기)에도 적용키로 했다. 고급 가전 브랜드를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은 주문 생산 방식에 따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색다른 만족감이 일반 가전에 비해 프리미엄 가전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란 계산에서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