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더 깎아줄 테니 나눠 갚으세요." 은행들이 신용불량자에 대한 원리금 감면 폭을 늘리는 등 신용갱생 지원을 확대할 움직임이다. 연체된 원리금을 일부 탕감해서라도 안정적으로 채권회수를 하는 편이 은행측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다음달부터 다른 은행에는 연체 없이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에 빚을 진 신용불량자 20만명을 대상으로 신용갱생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이들의 연령 소득수준 상환능력 등을 평가해 원리금 감면폭을 현행 40%에서 50%로 늘리고 분할상환 기한도 현행 5년에서 1∼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석달간 특별 신용갱생 기간을 정해 자체 신용불량자 5만2천명을 대상으로 지원에 나섰으나 지원자가 3백여명에 그치는 등 실적이 극히 저조했었다. 국민은행은 이와 별도로 다음달부터 자체 카드사업부와 곧 통합할 국민카드의 공동 채무자이면서 5백만원 이하를 연체한 채무자 25만명을 대상으로 장기저리 분할상환과 원리금 감면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자체 신용불량자 2만5천명을 대상으로 원금 감면폭을 현행 30%(이자는 1백% 감면)에서 50%로 확대하고 무보증 대환대출 요건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동안 단기 연체금을 장기 대환대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상환(내입)해야 했으나 앞으로 무내입 대환대출도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나머지 7만5천명 규모의 다중채무자는 산업은행과 LG증권이 추진 중인 부실채권정리회사(SPC) 채권추심 프로그램에 맡기기로 했다. 3만3천명의 자체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신용갱생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우리은행도 4분기 중 분할상환 및 상환유예 기간과 원리금 감면폭(상각채권 40∼70%)을 더욱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타행연체가 없는 자체 신용불량자 1천3백여명을 대상으로 연체이자를 깎아주고 대환대출을 내줄 때 보증인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흥은행은 다음달부터 원리금 감면 프로그램을 본격화해 매달 1천여명의 신용불량자 갱생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방은행 가운데서는 대구은행이 이달부터 10월 말까지 자체 신용불량자 약 4만명을 대상으로 '특별 신용회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가계자금 대출을 2개월 이상 연체했거나 이미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고객을 상대로 단기 연체금을 8년 이내의 장기대출로 전환해주고 있다. 또 총 채권액의 10% 내에서 이자를 탕감해주며 일시에 갚으면 원리금을 20%까지 깎아주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