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용산주둔 주한미군이 한강이남으로 이전하면서 우리측에 반환하게 될 토지규모가 70여만평으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지난4월 이후 4차례에 걸쳐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에서 반환 부지면적을놓고 벌인 한미간 신경전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내달 6∼8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동맹 5차회의에서 최종합의를 한 뒤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한하는 24∼25일 합의서를 교환할예정이다. 미국은 이달초 열렸던 4차회의 때까지만 해도 사우스포스트와 메인포스트로 구성된 용산기지 전체 87만평 중 절반 가량인 50만평 가량을 넘기겠다고 주장했으나잔류부지를 최소화하자는 우리측의 끈질긴 요구가 결국 관철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미2사단과 용산기지 이전을 위해 오산.평택에 540만평의 부지를요구했으나 우리가 인구밀집과 주민피해, 고속도로 통과지역 확보 등의 어려움을 제시하며 협상을 벌여 310만~320만평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당초 3천400억원으로 예상됐던 2004년 이전비용이 900억원 감소된 2천500억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 같은 미국의 대폭적인 양보는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이라크 전투병 파병을요청하면서 그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달초 미래동맹 4차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시아 태평양 부차관보가 한국 정부에 전투병 파병을 요청한 데 이어 방미중이던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예정에도 없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파병을 요구받았다. 현재 13만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주둔시킨 미국은 자국 병력과 다국적군만으로는이라크의 치안유지와 재건작업이 어렵다고 판단, 한국 등 10여개국에 전투병 파병을요청할 정도로 병력, 특히 전투병 부족에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이라크의 치안유지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미군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는데다`전쟁 명분'을 둘러싼 미국내 여론이 악화 조짐을 보이자 내년 대선을 앞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라크 재건작업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수 밖에 없다. 파병요청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용산기지의 절반 가량을 계속 사용하겠다는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병요청 사실이 공개되면서 청와대는 물론 정부 각 부처에서도 파병 찬반 논란이 인데다 보수와 진보세력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양상을 보이면서 국론분열의 우려마저 제기되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결국 미국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부와 국방부 등 모든 외교채널을 가동해우리측에 파병을 `구애'하는 한편 파병을 전제로 용산기지 잔류부지 축소 등 우리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등 `선수'를 쳤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또 미래동맹 4차회의에서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제도적 장치로, 지난 90년 체결된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를 대체키로 합의한 포괄협정(UA) 내용과관련, 한국 정부가 제시한 요구안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MOA에는 `한국 정부는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이 적용되지 않는 모든 청구권에 대해 주한미군사가 손해보지 않도록 하거나 면책한다'고 되어 있고, MOU에는 "한국정부는 모든 주한미군사 요원과 고용인들의 이사비용을 제공한다"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들어 있어 불평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우리측 요구대로 용산기지 부지의 20%만 `미군용'으로 남게 됐지만 나머지80%의 땅을 매각해 용산기지 이전비용에 충당하려는 국방부와 이 곳에 대규모 도심공원을 조성하려는 서울시간에 용도문제를 두고 예상되는 또다른 논란도 두고볼 일이다. 공원부지로 매각할 경우 주거 또는 상업지역으로 매각하는 것인 만큼 제값을 받지 못할 경우 이전비용 충당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용산땅 80% 반환이 미국의 `유인책'이라는 평가 속에 정부가 24일 현지조사단을 이라크 현지로 파견한데 이어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핵심참모들을 미국에 급파한 것은 사실상 파병을 염두에 둔 미 정부와의 `막바지 조율'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내달까지 정리될 정부의 파병 입장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