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원ㆍ달러환율 급락에 대처할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강대국간의 환율전쟁에 휘말려든 데다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에도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은 외평채 발행 자금으로 외화(달러) 매입 한국은행 차입금으로 외화를 매입한 뒤 풀린 통화는 통안증권을 발행해 흡수 공기업 국책은행 민간기업에 대한 달러 매도 자제 요청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외평채 발행이나 한은 차입금을 재원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5일 1천3백80억9천만달러로 작년 말보다 1백66억8천만달러(13.7%)나 늘었다. 작년 총 수입액(1천5백21억달러)의 90.7%에 달하고 단기 외채(6월 말 6백12억달러)의 두 배를 넘겼다. 미국 등으로부터 환율 방어가 지나치다는 눈총을 받을 정도다. 정부는 지금까지 외국자본의 급격한 이탈이나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는데 대비하기 위해 '대외부문의 건전성'을 높이는 쪽으로 외환정책을 펴왔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이 환율 급락을 막는데 오히려 걸림돌이라는 사실이다. 외국환평형기금의 당기순손실이 2001년 1천6백6억원에서 작년 1조7천8백96억원으로 늘었고, 1백조원에 육박하는 통안증권의 이자 부담이 해마다 4조∼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달러를 추가 매입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공기업 국책은행 등에 달러 매도를 자제하거나 달러를 사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달 중 달러자금을 빌리겠다는 곳이 거의 없는 데다 차입 규모도 대부분 1억∼2억달러 미만"이라고 말했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24일 금융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미국 일본에 비해 원화 환율이 떨어질 특별한 요인이 없으며 환율이 급변동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시장에선 정부의 수단에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실정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