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구도 바뀌나] 현대, 수면밑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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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지배권에 대한 전망이 분분한 상황에서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이 주주로서 '백기사 역할'만 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KCC 고위 관계자는 "정상영 명예회장이 조카인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장이 소유했던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경영에 직접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24일 전했다.
이에 따라 정상영 명예회장은 우호주주로서 경영과 관련한 조언을 하고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인 김문희씨(고인의 장모)와 고인의 부인 현정은씨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문희 여사도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대그룹 경영 구도와 관련해 상황이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로서 경영을 챙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족 측은 고인이 교보생명에 담보로 제공했던 현대상선의 지분(4.9%)에 대해서도 빚을 갚고 되찾아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김문희씨 측은 현대그룹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지배권을 행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문희씨 측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말 고인이 정상영 명예회장에게 2백90억원을 빌리면서 담보 형식으로 제공한 지분을 빚을 갚은 뒤 찾아와야 한다.
지분을 찾아와도 김문희씨의 지분은 18.6%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우호주주를 확보하려면 정상영 명예회장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 명예회장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이유도 이같은 배경을 감안한 배려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담보에 대한 해석 및 처리 과정에서 양측간 불편한 기류가 생길 경우 자칫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 여부를 두고 양측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강명구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대주주들이 최종적으로 경영 구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