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3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IMFㆍ세계은행 합동연차총회 개막 연설에서 "세계 각국이 환율정책에 더욱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지난 주말 선진7개국(G7)의 결의내용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의 고정환율제 폐지를 촉구하는 동시에 일본 엔화의 가치상승을 용인해야 한다는 뜻까지 담고 있어 외환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IMF 총회에 참석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외환시장의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 외환시장에 환투기세력이 있다면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은 IMF가 허용하는 환율정책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유연한 환율정책 필요하다" 쾰러 총재는 이날 "환율에 더욱 큰 유연성을 허용할 경우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경상수지 불균형과 과도한 공공부채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 가운데 하나가 환율의 적정 수준을 위해 환율의 유연성을 보다 더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지난 20일 두바이 회의에서 유연한 환율정책을 촉구하고 IMF가 각국의 환율 동향에 대해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는 감독'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24일 끝나는 IMF 총회가 어떤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며 지난 주말의 G7회담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 시장과 정부간 치열한 공방전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하루 종일 치열한 심리전이 벌어졌다. 외환당국은 강력한 개입의사를 밝혔지만 딜러들은 관망세가 짙었다. 이런 와중에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1천1백50원선이 새로운 '마지노선'으로 급부상했고 장중 내내 지지력을 테스트하는 공방전이 지속됐다. 한은도 구두개입에 나섰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개장전부터 △엔화가 전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 달러 매수요인이 크며 △은행들도 '숏 포지션(달러화 부족상황)'에 있다는 점을 들어 원화환율이 1천1백50원 위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 극심한 눈치보기 장세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0전 내린데 그친 1천1백51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매수 주문이 나오면서 전날보다 1원20전 높은 1천1백52원50전까지 상승했다. 전날 환율 급락으로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재미를 봤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19일 장 막판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달러를 대거 팔아치워 상당한 차익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휴장 덕분 일본은 이날 공휴일인 추분절이어서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문을 닫았다. 덕분에 아시아지역의 환율쇼크를 한템포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는게 국제금융 관계자들의 지적. 한 관계자는 "국제 외환시장이 계속 안정상태를 보일지는 24일 일본시장의 움직임을 봐야 알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동인ㆍ안재석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