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특징은 '실용성ㆍ감성ㆍ스포티'. '자동차의 매혹(The Fascination of the Car)'이란 주제답게 지난 9일 개막된 이번 모터쇼는 13일간 다채로운 컨셉트카와 신차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 42개국에서 약 1천개 완성차 및 부품업체가 참가한 모터쇼로 그야말로 세계 최대ㆍ최고의 명성을 마음껏 과시했다.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자동차업계의 선발주자들과 한국의 현대ㆍ기아차 GM대우차 등 후발주자들에 이르기까지 세계 자동차의 조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다. 제1관에서 10관까지 약 3만㎡의 실내전시장을 포함한 21만5천㎡의 거대 전시장에서는 모두 1백25대의 신제품이 발표됐다. 세계 각국에서 찾은 관람객은 약 90만명에 달했으며 1만여명의 취재기자들이 몰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내용. 이번 모터쇼는 자동차가 이동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모터쇼보다 강하게 부각시켰다. 주최측인 독일자동차공업협회의 쿠니베르트 슈미트 박사가 표현한 것처럼 "안락과 안전을 추구한 기술, 환경친화적인 설계,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등이 어우러져 자동차는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감성의 예술작품으로 다가섰다." 폭스바겐 등 유럽 특유의 실용성이 가미된 소형차들이 주류를 이룬 듯하면서도 벤츠, BMW, GM, 도요타 등의 스포티한 럭셔리카들이 세력을 다투었다. 미래 자동차 개발의 방향을 가리키는 첨단 컨셉트카들은 자동차인 듯 아닌 듯 자태를 뽐냈다. 폭스바겐의 해치백인 골프5세대 모델, 벤츠의 스포츠카인 뉴SLR, BMW의 신차인 6시리즈, GM의 컨셉트카인 인시그니아가 그 대표주자들이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컨셉트카인 CCS,KCV-III와 GM대우차의 컨셉트카인 유니버스, 라세티 해치백이 가세했다. 세계 자동차업체의 회장 및 임원들은 물론이고 자동차 디자이너들도 합류해 업계의 개발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폭스바겐의 골프5세대 모델의 보닛을 직접 열어보는 등 유럽업체들의 첨단 환경오염방지 기술을 탐색했다. 최근 GM 계열의 호주 홀덴사에서 새로 영입된 마이클 심코 GM대우차 수석 디자이너는 "점점 단일화되는 세계 시장의 요구를 좇아가다 보니 유사한 성능과 기능, 디자인이 혼재하지만 독창성을 잃지 않으려는 추세는 꼿꼿하게 살아 있다"고 평가했다. 경쟁업체들의 신작품을 감상하는 눈초리 또한 매서웠다. 렉서스 최고급 모델(LS430과 뉴LS430)의 총개발책임자인 모리타카 요시다씨는 BMW가 새로 내놓은 6시리즈 운전석에 앉아 요모조모 뜯어볼 때마다 "스타일리시(stylish)"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1897년 제1회 모터쇼를 개최한 이후 홀수해 9월에는 승용차와 부품을, 짝수해 5월에는 상용차를 전시하는 세계 최고ㆍ세계 최대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2년 뒤인 2005년 9월 개최될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프랑크푸르트=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