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美 '이민자 자유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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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의 삶은 떠날 때 각오했던 것 보다 훨씬 고달픈 경우가 많다.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미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20일부터 미국 전역에 이민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대대적인 시민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1961년 흑인들도 인간 대접을 해달라며 실시됐던 '프리덤 라이드'(자유를 향한 행진)운동의 이름을 딴 '이민자 프리덤 라이드'이다.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이 행사는 8백명 정도가 18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서부를 출발,보름간 42개 주를 거쳐 워싱턴 DC와 뉴욕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진다.
8백만명이 넘는 불법 이민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고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익을 보장해 달라는게 운동의 취지다.
불법으로 이민왔지만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는 행진이라는 점에서 40여년전의 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이민을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에겐 먼 얘기처럼 들릴 지 모르겠다.
학력이나 재력을 갖춘 사람들이 생계보다는 교육현실에 염증을 느껴 이민을 결정한다는 소식이니 말이다.
하지만 미국 전역에 불법체류자를 포함,신분이 불안한 한국 사람들이 18만명에 육박하는데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이민 온 사람들 조차도 규제와 차별,감시를 받기 때문에 프리덤 라이드 운동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전 버지니아주에서 뉴저지주로 이사 온 기자도 운전면허증(신분증)을 바꾸는 과정에서 외국인으로서 모멸감을 처절하게 느껴야 했다.
민원 부서 공무원들이 9·11테러 이후 국토안보를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까다롭게 구는 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요즘은 한 술 더 떠 연방수사국(FBI)이 법원의 승인없이도 피의자나 증인을 소환할 수 있는 '제2 애국법' 까지 추진중이다.
신분이 불안하거나 체류 목적이 불분명한 외국인들을 겨냥한 법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민을 결정하기 까지 수없이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웠겠지만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당하는 이민자들이 수 없이 많다는 사실도 하나의 변수로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