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자원과 시장을 모두 외국에 의존하게 되는 국가의 통상정책이란 곧바로 그 나라의 생존전략이다. 그러나 그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국민들의 눈에 비쳐지고 있는 우리의 통상정책은 어떠한가? 과거 정부의 협상력 부재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현 정부들어 진행된 각종 국제협상에서 과거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을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문제는 이번 칸쿤 회담의 결렬로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 채널의 기능은 크게 약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대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은 지역블록이나 쌍무채널을 통해 통상문제를 이해당사국과 직접 해결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대외협상에 있어 과거의 실책을 범하지 않으면서 국제규범과 당사국의 이익을 고려하고 우리의 국익을 반영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협상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통상문제에 있어서는 크게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정부조직 중 어느 부서가 통상의 주도권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고,다른 하나는 협상에 임해 제시하는 대안 부족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가지 문제는 통상조직의 개편문제와 관련이 크다. 따라서 협상 결과가 좋을 경우 공명심 싸움이 일어나고 나쁠 경우 책임논의가 빗발친다. 통상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우선 국내 관련 산업의 여건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고 그런 다음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통상현안의 주무부서가 주도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문제는 교섭능력이다. 현 정부들어 외교통상부가 통상문제를 총괄하고 있다. 물론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일리가 있으나 외국과 달리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표단이 구성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얼마나 협상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현안의 전문성과 협상력을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통상교섭은 외교통상부가 담당하되,전문성을 요하는 부문은 소관부처에 의사결정권을 부여하자는 방안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관료들의 공명심과 부처 이기주의가 뿌리깊은 현실에서 부처간 협조가 잘 이루질지 의문이다. 대외협상에서 가장 큰 목적은 통상정책의 당위성을 협상대상국에 이해시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어내는 일이다. 동시에 협상에서 약속한 사항의 이행여부도 꾸준히 주지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 공산품을 1백% 가깝게 개방해 놓고 다른 선진국으로부터 항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런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력이 약한 국가에 있어서는 현지에 우리의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을 조직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또 협상 결과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현안에 대한 국내산업의 여건이 협상과정에서 반영돼야 하며 협상 결과도 과감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과의 대화채널도 마련돼 있어야 한다. 결국 이 같은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이 통상업무를 전담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조직신설과 예산중복의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으나 어차피 정부조직은 국익을 위해 개편돼야 한다. 이는 인식의 문제다. 칸쿤 회담 결렬 후 미국이 불공정 무역관행 개선팀,일본은 미 무역대표부식 드림팀 등 주요국들이 새로운 통상전담 부서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