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청사 제2브리핑실.이달초 통합기자실이 마련된 후 윤덕홍 교육 부총리가 주재한 첫 정례 브리핑이 열렸다. 안건은 '2004학년도 대학정원 조정'. 사상 처음으로 대학 정원이 줄 전망이란 뉴스도 관심거리였지만,기자들은 최근 '판교에 학원단지를 조성,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건교부의 판교 신도시 계획에 대한 교육부의 공식 입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정부가 집값 잡겠다고 사교육을 조장한다' '공교육을 포기했다'는 등의 비난이 빗발친다. 교육부의 공식 입장은 뭔가?" 윤 부총리는 처음엔 "나중에 복도에서 따로 얘기하자"며 우스갯소리(?)로 받아넘겼다. 하지만 기자들은 "모두들 강남 땅값은 교육 탓이라고 하는데 교육부는 왜 말이 없느냐"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러자 윤 부총리는 즉답을 회피한 채 "공식 입장을 곧 발표해 정책에 반영토록 하겠다"며 서둘러 브리핑을 끝냈다. 얼버무림으로 끝낸 브리핑도 한심했지만 이보다 더 황당한 건 지난 8일 판교 학원단지 조성계획 발표 후 열흘이 넘도록 교육부내 관련 업무분장조차 안돼 있다는 사실이다. 강남 땅값 관련 경제부처와의 협의는 '학교정책실', 신도시 개발 관련 학교 설립은 '교육자치심의관',학원은 '평생직업교육국'에서 담당한다는 갖가지 이유로 부서간 '공(책임) 돌리기'만 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교육부 관료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판교 학원단지는)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며 "강남 집값 오르는 게 왜 교육 때문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강남 부동산값 폭등이 교육탓이 아니라면 교육부는 뒤에 숨어 불만만 털어놓을 게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분석,그에 맞는 논리와 정책을 개발하는 게 백번 옳다. 언제쯤이나 교육부가 '모르쇠' 자세에서 벗어나 책임있는 일처리 모습을 보여줄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이방실 사회부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