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동안 한반도 남부지역을 강타한 제14호 태풍 '매미'가 최대순간 풍속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엄청난 위력을 보인 이유는 무얼까. 지난 6일 오후 괌 북서쪽 약 4백km 부근 해상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발생할때만 해도 매미의 크기는 '소형',강도는 '약'에 불과했다. 그러나 8일께는 크기 '중형',강도는 '중'으로 커지기 시작했고 한반도쪽으로 방향을 정한 10일께는 크기는 중형급을 유지했지만 강도는 중심부근 초속이 44m에 달하는 '매우 강'급으로 상승했다. 매미는 중심기압 9백40헥토파스칼(hpa)의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12일 밤 경남 삼천포로 상륙했다. 이는 과거 제주지방에 큰 피해를 안겼던 '사라'(9백65hpa)와 '루사'(9백55hpa)를 능가하는 규모다. 매미는 한반도를 빠져나갈 때도 9백50hpa 수준의 기압을 유지했다. 일반 태풍은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상까지 진출하면 세력이 점차 약해지지만 매미는 한반도를 지날 때까지도 강한 세력을 유지한 셈이다. 이처럼 매미가 태풍의 '에너지원'격인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내륙에 들어와서도 강한 세력을 가진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매미가 강한 바람을 동반하고 한반도에 들어오게 된 원인은 한반도가 오호츠크해에서 발달한 찬 고기압의 주변부에 위치한 상태에서 남쪽으로부터 태풍(열대 저기압)이 올라오자 고기압과 태풍의 기압차가 평소보다 크게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바람은 기압의 차이로 인해 불게 되는 데 한반도에 큰 기압차가 형성되면서 순간 최대풍속 초속 60m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남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2도 정도 높았던 것도 매미의 위력을 유지시킨 한 원인으로 꼽힌다. 북상하면서 '체력'이 소진되는 게 정상이지만 '에너지원'격인 따뜻한 수증기를 공급받아 다시 힘을 쓰게 된 것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