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는 지난 89년 니제르 상공에서 폭파된프랑스 UTA 항공 소속 DC-10기 탑승객 170명의 유족측과 추가 배상안에 합의했다고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이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로커비 상공에서의 1988년 팬암기 폭파사건에 대한 거액 배상합의 이후 UTA 항공기 폭파사건에서도 동등한 수준의 배상을 요구하는 프랑스의 반대에 부딪혔던 유엔의 리비아 제재 해제 결의안이 조만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집권하게 된 1969년 쿠데타를 기념하는 혁명기념일을 맞아 국영 TV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카다피재단이 이 협상을맡아 진행해 유족측과 마침내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추가 배상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팬암기 폭파사건 배상협상에 참여했던 모하메드 알-주아이 영국주재리비아 대사는 유족 대표와 리비아가 서로 만족스러운 최종 합의에 도달했으며 자크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전화통화에서 배상안이 확정됐다고말했다. 그는 "지난 27일 리비아에서 추가 배상협상을 재개한 유족 대표들은 이미 협상을 끝내고 프랑스로 떠났다"며 "구체적인 합의안은 1일(현지 시간) 발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파리에 있는 유족측 변호사들은 배상합의안은 아직 서명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고, 프랑스 외무부는 합의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족측의 한 변호사는 "아직 모든 이견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는공정하고 만족스러운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으며, 다른 변호사인 프랑소와 루데츠키도 "합의안 서명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외무부 관계자는 "협상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법원은 이에 앞서 UTA 항공 폭파 사건 용의자로 지목됐던 카다피의 매부를 포함한 6명의 리비아인에게 궐석재판을 통해 유죄로 인정했고, 리비아는 사고발생 10년만인 1999년 유족들에게 총 3천300만달러를 배상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유족들은 리비아가 지난달 13일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88년 폭파된 팬암기 사건 희생자 270명의 배상액으로 1인당 500만달러에서 최고 1천만달러까지, 총 27억달러를 지급키로 합의하자 추가 배상협상을 요구해 왔다. 특히 프랑스는 리비아가 UTA 항공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액을 팬암기 사건 희생자 수준으로 해 주지 않을 경우 팬암기 사건의 배상협상이 타결된 후 영국이 유엔안보리에 제출한 리비아에 대한 제재 해제 결의안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리비아는 당초 프랑스 정부의 요구를 협박이라고 반박했으나 국제사회의 각종제재를 초래한 테러지원국이란 오명을 씻어 내기 위해 결국 UTA 항공 폭파사건 피해자들에게도 추가배상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트리폴리 런던 AP AF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