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주말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1천1백70원선이 무너지자 외환당국은 25일 이례적으로 개장 초부터 달러를 대거 사들이는 '고강도' 시장개입에 나섰다. 일단 환율하락(원화강세)은 저지했지만 이미 추세상 1천1백70원대에서 계속 버틸 것으로 보는 시각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종수 외환은행 외환팀장은 "나라 안팎 여건을 종합해 볼 때 지금은 환율이 내려가는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며 "연말까지는 환율 하락세(원화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외환당국 '나홀로' 매수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장 초반 1천1백66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는 장중 저점 기준으로 작년 7월22일(1천1백64원)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2일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원ㆍ달러 1개월물이 하루새 8원가량 급락, 33개월 만에 최저(1천1백65원50전)로 마감된 것이 매도세를 촉발시켰다. NDF환율은 보통 현 시점의 현물환 환율보다 3원가량 높아 NDF와 연계한 환율은 이미 1천1백63원까지 내려간 셈이다. 외환당국은 이를 의식, "지금은 지속적인 환율 안정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구두개입과 함께 곧바로 시장개입성 달러 매수주문을 쏟아냈다. 시장참가자들과 외환당국간 치열한 공방 끝에 결국 전날보다 1원40전 오른 1천1백70원90전으로 숨가쁜 하루를 마감했다. ◆ 하락추세는 여전히 유효 환율이 나흘 만에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환율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는게 외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선 주된 달러 공급원인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지난주에만 1조원을 웃돌았다. 지난 6월 이후 누적 순매수액이 7조원(약 60억달러)에 육박한다. 재정경제부가 6월 이후 4차례에 걸쳐 4조원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했고 오는 28일 1조원을 더 발행해 시장개입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미 외국인 주식 순매수에 따른 달러 공급에 압도당한 상태다. 원화환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엔ㆍ달러 환율도 완연한 내림세(엔화가치 강세)다. 지난주에만 달러당 2엔 이상 내려 1백17엔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또 기업들이 월말 수출로 번 달러를 환전하려는 수요도 환율 하락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수출대금을 일시 맡겨두는 거주자외화예금은 사상 최고 수준인 1백54억9천만달러(14일 현재)로 불어났다. 이 자금의 상당액은 환율이 반등하면 환전하려는 대기자금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과장은 "앞으로 1∼2개월 정도는 환율이 1천1백6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엔화가치 강세폭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엔 1천1백40원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