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밑에 붙이는 멀미약 좀 주십시오."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한 선수들이 본격적인 메달레이스에 들어가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선수촌 병원을 찾는 환자가 부쩍 늘어난 가운데 북한 리듬체조선수들이 멀미를 호소하고 있다. 선수촌 병원에 따르면 하루 90여명에 이르는 이용자 가운데 상당수는 가벼운 부상이나 감기 등이 문제지만 격렬한 태권도나 축구 선수들 중에는 골절이나 인대 파열 등 `중환자'도 부지기수다. 또 대구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온 선수들의 경우 무더위로 열성(熱性) 질환을 호소하거나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빈번하다. 특히 연일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 대구에서 차량으로 2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주실내체육관을 오가야하는 북한 리듬체조 선수들은 대부분이 멀미환자. 도착한 다음날부터 매일 경주를 오가며 훈련한 북한 선수들은 첫날 훈련을 마치고 선수촌에 돌아온 뒤 병원에 와 멀미약부터 찾았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왕복 5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먼 거리 이동으로 심한 멀미를 앓았고 이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던 것. 항상 멀미약을 달고 지내다보니 이제 멀미약을 고르는 취향도 생겼다. 처음에는 병원 관계자들이 권한 먹는 약을 받아 사용했지만 귀 밑에 붙이는 멀미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뒤부터는 간편하고 효과도 더 좋은 먹는 약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 한편 이틀전 축구경기 도중 탈진해 쓰러져 앰뷸런스 신세를 졌던 우크라이나의 한 축구선수는 최근 심장마비로 사망한 카메룬 축구선수처럼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막무가내로 병원 잔류를 고집했다고 한다. 더위로 잠시 기절한 것일 뿐이었던 이 선수는 자국 의료진을 대동, 컴퓨터단층촬영, 심장 부정맥 검사 등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검사는 모두 받고서야 병원문을 나섰다. (대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