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 태권도 해외 지도자들이 2003대구유니버시아드에서 맹위를 떨치며 한국팀의 금메달 독식을 저지하는 '저격수'로 등장했다. 외국팀 감독이나 코치로 선수들을 이끌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해외 지도자들이좋은 성적을 수확하며 태권도 종주국인 조국의 위상을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한 것. 대표적인 케이스는 첫날 경기가 열렸던 지난 22일 남자 72㎏급. 이 체급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조바로(19.경희대)는 이탈리아 선수 카를로몰페타(19)에게 발목이 잡혀 2회전에서 12-14로 패했고 몰페타는 승승장구하며 결국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몰페타 우승 영광의 숨은 공로자는 박영기(62) 이탈리아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과 윤순철(37) 대표팀 감독. 박 위원장은 지난 67년 이주해 이탈리아에 태권도의 씨앗을 뿌린 주인공이고 91년 세계선수권대회 미들급 금메달을 따냈던 윤 감독은 협회 초청으로 2001년부터 이탈리아 대표팀을 맡아 몰페타 우승을 일궈낸 주역이다. 16체급(남녀 각 8체급)에 모두 출전한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내한한 김용범(40)코치와 이종철(47) 코치 역시 한국 출신으로 첫날 여자 63㎏급 결승에서 한진선(20)에게 아깝게 금메달을 내준 키미치 달시의 은메달 조련사다. 또 남자 58㎏급, 여자 63kg급에서 각각 동메달을 수확한 프랑스 대표팀의 강승수(33) 코치와 여자 51㎏급 동메달을 따낸 태국 대표팀의 최영석(30) 코치도 한때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우승했던 선수 출신. 이밖에 스위스 대표팀의 장혁(34) 코치를 비롯해 스페인, 영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팀에도 한국 지도자가 코치로 나서 메달권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유병관 한국 대표팀 코치는 "웬만한 외국 팀 가운데 한국 지도자가 없으면 이상할 정도"라며 "그들은 국내에서 실제 선수생활을 했고 우리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있기 때문에 `한국킬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탈리아팀의 윤 감독은 "이제 해외 지도자들을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흔드는존재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오히려 태권도를 통해 한국 문화를세계에 전파하는 `민간 외교관'이라는 인식이 더 필요할때"라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