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자동차 엔진 꺼지는 소리..柳東吉 <숭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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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개구리 요리는 유명하다.
손님이 앉아 있는 식탁 위에서 개구리를 산 채로 냄비에 넣고 조리한다.
냄비 속에는 개구리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의 물이 있다.
개구리는 아주 기분 좋은 듯이 가만히 엎드려 있다.
이 때 아주 느린 속도로 물을 데우기 시작하면 개구리는 자기가 삶아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잠자면서 죽어 간다.
현대자동차 노사협상 결과는 충격적이다.
주5일 근무제, 임금 대폭인상, 노조의 경영참여, 특히 노사공동의 결정 없이는 판매부진 해외공장 이전 등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못하고 신기술 도입도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노동단체 간부는 노사가 합의한 걸 왜 시비하느냐고 목청을 높인다.
그런 합의가 다른 기업과 경제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걸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쓰라린 과거를 잊었는지,기아차 노조는 현대의 협상결과를 보고 주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 생산은 2002년 3백40만대를 넘었다.
세계자동차 생산량(2002년)은 6천만대, 생산능력은 7천만대, 판매량은 5천6백만대에 이른다.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 못하므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자동차는 75년 기아차가 화물차 10대를 카타르에 수출하면서 해외수출시대를 열었다.
86년 2월 현대 '엑셀'을 실은 아리랑 호가 미국 동부 엘리자베스항에 입항했을 때 교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현대자동차는 한국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요 '달리는 한국의 자존심'이었다.
지금은 파업의 대표주자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87년 노조설립 후 2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했다.
GM과 포드 노조는 98년 이후, 도요타는 50년째 무(無)분규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50년대 초 닛산은 5년 간 분규를 겪으면서 도요타에 1위 자리를 뺏긴 후 계속 밀렸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공급과잉 비용절감 시장확보 등을 이유로 인수합병 바람이 거세다.
다임러 벤츠의 크라이슬러 인수, 포드의 볼보(승용차 부문), 르노의 닛산, GM의 사브·피아트 인수 등이 그러한 예다.
한국 자동차도 경쟁력을 잃으면 언제든지 세계 메이저 업체의 '먹이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해외매각 반대니, 과거 기아사태 때처럼 국민기업이니 하고 외치고 있을 것인가.
우리의 생산성을 똑바로 보자.자동차 1대 생산에 30시간이 걸린다.
포드(26.14시간) GM(24.40시간) 미쓰비시(21.33시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대차의 1인당 인건비는 1인당 국민소득의 3.64배에 이른다.
혼다의 2.69배, 포드의 1.87배, GM 의 1.51배에 비해 크게 높다.
현대차가 몇 년 안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불길한 분석이 이래서 나온다.
도요타는 2002년 사상최대의 실적을 냈는데도 올 임금을 동결했다.
그 때문인지 올 상반기 도요타의 신차 판매는 9% 증가, 세계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버틸 방법은 세 가지다.
자동차 값을 올리거나 협력업체 납품가격을 깎거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게 그것이다.
수입차가 밀려오는데 차값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는가.
"차값 10% 내릴 때까지 현대차 사지 말자" "국내 자동차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언제까지 높은 수입관세를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 노사 모두는 들어야 할 말이다.
중소 하청기업 근로자에게 부담을 떠넘길 수도 없다.
부품 품질이 나빠지면 그건 바로 엔진이 꺼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생산성은 하루 이틀에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선 나라의 근로자보다 더 많은 휴가일수에다 노동강도는 낮다.
그런데도 입으로만 생산성 향상을 말한다.
기만행위나 다름없다.
세계시장의 경쟁은 불꽃이 튀고 있는데 개구리처럼 죽는 줄 모르고 잠자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빨리 깨어나 더 늦기 전에 자동차 페달을 힘차게 밟고 세계시장을 질주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대로는 안된다.
yoodk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