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브랜드 등 소프트웨어에 승부를 걸어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11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개막된 '2003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 참석,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자 관계사 사장단 20여명과 함께 전시된 5백82개 세계 유명 전자제품을 직접 둘러보며 이같이 주문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제품의 성능과 기능의 차이는 줄어드는 대신 디자인 브랜드 등과 같은 분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소프트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21세기 기업의 생존요건인 월드베스트 제품을 늘려 나가기 위해서는 세계 초일류 제품의 핵심 기술과 장·단점 차이를 비교해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가 제품과 기업의 생존 원천이라고 역설했다.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강소국(强小國)을 방문하고 지난달 말 귀국한 이 회장은 사장단에 "북유럽 강소국들이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을 키워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한 것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우리에게 바람직한 모델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소득을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끌어올리는 것이 국가와 기업의 염원이 된 상황에서 시장을 이끄는 첨단기술을 확보해 어려운 경제여건을 극복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전시회장엔 강소국 벤치마킹을 위해 핀란드 노키아 부스와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일렉트로룩스 부스가 별도로 설치됐다. 특히 이 회장이 핀란드 스웨덴 일본 등 해외 현지에서 직접 구입한 최첨단 휴대폰,PDP,홈시어터 제품 20여점도 함께 전시됐다. 이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진 제품과의 비교를 통해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해에도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를 직접 관람하고 세계 일류화를 위한 신 월드베스트 전략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었다. 지난 91년에는 미국 LA 호텔방에서 삼성과 도시바의 VTR를 부품 하나까지 분해해 함께 있던 임원들에게 비교,분석해 보이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93년 월드베스트 전략을 기치로 신경영을 선언한 지 10년만에 D램 TFT-LCD 모니터 등 모두 19개 품목의 세계 일등 제품을 확보한 상황에서 임직원들에게 첨단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미래기술 개발의 방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8백평의 전시장에 4개 제품관(디지털미디어관 정보통신관 생활가전관 반도체관)과 2개 테마관(미래기술관 디자인관) 등 6개 전문 전시관이 마련돼 총 80개 제품군에 걸쳐 5백82개 제품이 전시된다. 전시장에는 삼성과 소니 마쓰시타 히타치 샤프 등 일본 제품과 제너럴일렉트릭(GE) 인텔 노키아 등 분야별 세계 최고기업의 제품이 총망라돼 선보인다. 전시회는 이달 말까지 비공개로 진행되며 모두 2만여명의 삼성 임직원이 관람할 예정이다. 삼성은 전시회가 끝난 뒤 제품들을 경기도 용인 그룹연수원 '창조관'과 삼성전자 각 사업장으로 나눠 상설 전시할 계획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