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대기업 노조들이 고율의 임금 인상을 관철하고 있지만 중소 하청업체들은 대기업 파업 여파 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의 최대 단위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 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를 얻어내면서 중소 협력업체들에는 임금 및 생산 압박 등으로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5일 임단협에서 기본급 8.6% 인상과 함께 성과급 2백% 지급 등을 이끌어냈고 현대중공업은 기본급 7.8% 인상, 대우종합기계는 5.99%, LG화학은 8.4% 인상안을 타결시켰다. 이처럼 대기업 노조들이 높은 임금 인상을 이끌어내면서 중소 협력업체들과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에 범퍼를 납품하는 울산 영풍기계의 이일병 이사는 "기계공업은 대기업과 중소 부품업체 간의 공동체 의식을 필수로 하는데 임금 격차가 2배 이상 나면서 위화감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노조의 장기 파업 등 압박에 밀려 고율의 임금 인상을 허용한 대기업(사측)들은 자체 임금 인상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들에 납품가격 동결을 종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수 기협중앙회 회장은 "결과적으로 대기업 노동자들이 중소기업 노동자의 몫을 가져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에 기계 부속을 납품하는 울산 M정기 노조위원장은 "현대차가 입은 파업 손실은 원가 절감 명목으로 상당 부분 중소 하청업체에 전가된다"면서 "한 달여간 공장 문을 닫은 피해를 만회할 길도 막연한데 앞으로 받을 원가 절감 압박을 생각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 현대차 파업으로 전국 4백여개 1차 협력업체들이 연간 총매출의 25% 수준인 9천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고, 2천여개 2,3차 부품업체들까지 따지면 생산 손실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주5일 근무제'도 중소 납품업체들을 위기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울산에 있는 중국 창춘 무역사무소 송명인 부장은 "국내 업체들은 인건비가 중국의 5∼6배인 상황에서 조금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근근이 경쟁을 해왔는데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인건비가 한꺼번에 20% 가까이 오르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