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5만명의 이라크 주둔병력을 비롯, 세계 곳곳에 미군이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미군의 병력 증강 필요성을 놓고 국방부와 군 수뇌부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를 늘릴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신임 육군 참모총장 지명자인 피터 슈메이커 장군을 비롯한 육군 지도부는 병력 증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합참이 현재 미군 병력규모의 적정성 여부를 다시 분석하고 있다고 밝히고 미군이 이라크를 비롯한 해외 여러 곳에 분산돼 있긴 하지만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시나이 반도 등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는 현재 충분한 수준이며 증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라크에서처럼 군사활동이 급증하는 첫 단계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적정 병력을 유지하는 옳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그러나 국제 상황이 변화해 대통령과 의회, 국민이 병력 증강이 요구되는 여러가지 과업의 필요성을 확신한다면 우리는 그 때 가서 병력증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상원의 인준을 기다리는 슈메이커 육참총장 지명자가 최근 상원의 한 위원회에서 미군의 전세계적 개입을 위해서는 병력 증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의견을 요구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38만명에 이르는 현역 군인들의 업무중 일부를 민간으로 이관하는 등 군의 효율성을 높이는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군인들은 군인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비군과 현역 병력 사이의 균형을 재조정해 "지금처럼 병력을 징집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현재 이라크에서 미군이 수행중인 군대와 민방위 및 경찰 업무를 이라크인에게 부분적으로 이관하는 한편 국제 평화유지군 규모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도 신병을 훈련하고 장비를 갖추는데 드는 비용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들이 임무에 배치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는 즉각적인 문제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퇴역한 에릭 신세키 전임 육참총장은 늘어나는 임무를 감당하기 위해 병력을 2만-4만명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후임인 슈메이커 장군 역시 "직관적으로 병력증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현재 육참총장 직무대행직을 수행중인 존 킨 육참차장에 의해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킨차장은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분산돼 있어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폴란드를 주축으로 한 제2국제사단이 다음달 중 이라크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으로부터 육참총장직을 제의받았으나 가정사정을 이유로 고사한 킨 차장은 "병력 증강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보병도 부족하고 생화학부대도 부족하고 헌병도 부족하다"고 말하고 "우리의 병력은 너무 분산돼 있으며 특정 부분 기술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영국군이 주도하고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루마니아 병력이 참여하는 국제사단이 이미 활동중이라고 밝히고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스페인 병력으로 구성된 사단이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 101 공수사단을 대체할 제3의 국제군 사단 편성을 위해 현재 11개국과 협의중이라고 밝히고 만일 이 협상이 가을까지 타결되지 못하면 미군 지도부는 육군이나 예비군 병력을 차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AP.AFP=연합뉴스) youn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