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이 일반인 예금은 받지 않고 고금리의 대출 업무에만 주력하는 '대금업 형태'로 내년부터 국내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한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은 국내 시중은행이나 씨티, HSBC 등 다른 외국계 은행과 차별화하기 위해 예금은 받지 않고 소액 신용대출에만 주력하는 '대금업식' 영업전략으로 국내 소매금융시장에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10∼22% 수준에서 운용키로 결정, 연 7∼9%대인 시중은행과 연 20∼66%인 대금업체 사이의 '틈새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은 이를 위해 서울파이낸스센터 내 사무소에 전문가 10여명으로 소매금융 전담팀을 구성, 내년 1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나서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에선 신용으로 대출받기 힘들고 대금업체를 이용하기엔 금리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을 계획"이라며 "씨티은행 등으로부터 이미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했고 스탠더드차터드의 해외시장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경우 리스크 관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은 다음달 초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내 소매금융 진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 은행의 마이크 드노마 소매금융 이사는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5년 안에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서 3∼5%의 시장점유율을 갖는게 목표"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국민 신한 한미 등 국내 은행들이 작년 말 대금업 진출을 추진하다 정부의 '압력'으로 좌절된 경험이 있어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이 고금리 신용대출 업무를 개시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은 총자산 1천1백50억달러의 거대 은행으로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지역과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은행이 국내 소매금융시장에 진출하면 씨티, HSBC 등과 함께 국내 소매금융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은행의 쟁탈전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