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와 이라크에 걸쳐있는 사막은 전문 안내인이 없으면 길을 잃기 쉬운 곳이지만, 강대국의 추적을 피해 숨을 만한 장소이기도 하다. 미 부시 행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추적과정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사담 후세인을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행적이 묘연한 빈 라덴과 마찬가지로 후세인도 고도의 정탐기술로도 어쩔 수 없는 거대하고 침투 불가능한 지형의 혜택을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걸프전에 참전했고 소말리아에서도 복무했던 경험이 있는 밥 맥퍼슨 예비역 미해병 대령은 "사람들은 `그 곳은 사막이다. 어떻게 사막 속에서 숨을 수가 있는가?'라고 반문하지만 그 곳에서 완전히 은신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아들들이 모술에서 미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은 사막이 후세인의 은신처가 될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후세인의 두 아들은 뜨거운 여름의 태양열을 피하려고 북쪽으로 이동한 뒤 사막을 통해 조용히 모술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모술은 이라크 영토의거의 절반 가량을 뒤덮고 있는 초승달 형태의 사막 중 북부 끝 지역에 위치해 있다. 모술에 주둔 중인 미군 소식통은 미군이 지난 25일 사막에 은신할 수 도 있음을깨달은 뒤부터 수색 대상 지역을 후세인의 고향 지역에서 시리아와 국경지역에 걸쳐있는 북서부 사막지역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맥퍼슨은 지난 걸프전 때 한 전투부대의 지휘관으로서 광대한 사막의 공간이 제공하는 은폐의 혜택을 봤다. 그는 "사막은 일하기에 꽤 좋은 장소"라면서 "많은 측면에서 사막은 정글이나 숲보다 낫다. 주변 환경에 적절히 녹아들 수만 있다면, 당신은 그 곳에 들어가 사라져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선구호단체의 보안 담당 책임자인 마이클 오닐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같이 험준한 지형 속에서는 일일이 걸어서 수색 작업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막에서는 차량의 모터 소리를 수 마일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 미군은 후세인의 고향인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 지역에 정찰기와 위성 영상 시스템, 순찰대 등을 포함하는 정찰기지를 설립했지만 사막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미군이 의존하고 있는 최대의 희망은 후세인의 목에 걸린 2천500만달러의 현상금을 노린 제보뿐이다. (뉴욕 A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