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들이 국내 상장·등록사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를 매입한 다음 해당 기업의 주식을 미리 빌려 파는 대차(貸借)거래를 통해 차익을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BW CB를 주식으로 바꿔 시장에 내놓으면 물량 부담으로 주가가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이같은 행태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30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CSFB(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 홍콩법인은 지난 25일 코스닥등록 기업인 대백신소재 보통주 15만주(2.18%)를 차입했다고 신고했다. CSFB 홍콩은 44만6천주(6.49%)에 해당하는 대백신소재 BW를 갖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CSFB 홍콩이 대백신소재 BW를 활용해 차익거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주식을 빌린 뒤 되팔아 현 시세만큼의 자금을 확보해 놓고 보유 중인 BW를 현 시세보다 싸게 주식으로 바꿔 갚는 방식이다. 주식을 차입하지 않고 곧바로 BW를 행사할 경우 물량 부담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BW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 등은 사전에 공시돼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CSFB 홍콩은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코스닥기업인 우영의 CB를 대차거래와 연계하는 차익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CSFB 홍콩은 작년 12월 우영 주식 70만주를 빌린 다음 이틀 뒤부터 3만5천주를 장내에서 팔았다. 이어 보유 중인 CB 가운데 2만9천주어치에 대한 전환을 청구,신주를 받았다. CSFB 홍콩이 빌린 우영 주식을 판 가격은 주당 5천1백원선이었지만 전환가는 4천5백50원 수준으로 주당 5백원 이상의 차익을 챙긴 셈이다. 캐나다계 펀드인 코어베스트파트너도 지난 5월과 6월 상장기업인 케이아이티비 주식 41만주를 빌린 뒤 내다팔고 신주인수권을 행사,적지 않은 이익을 거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가와 주식 교환가의 차이를 이용한 아비트리지(차익거래)는 외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투자기법"이라면서 "국내 상장·등록기업이 발행한 CB나 BW를 취득한 외국계 펀드들은 대부분 이런 투자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주를 통한 매도와 전환청구권 행사가 이어지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