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字型 침체 지속…제2위기 우려" ‥ 업계ㆍ연구소장 10人 진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4조5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이어 금리 인하 및 세금 감면 등 하반기 경기회복을 겨냥한 정부의 '부양책 시리즈'가 일선 기업과 시장의 '기대감'을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업계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따라 연말을 기점으로 경기 상승세 반전을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중소기업과 내수부문에서는 '제2의 IMF 위기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과 연쇄 인터뷰를 가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유통, 민관 연구소 등 각계 대표 10명은 "노사불안 등 경제계 전반에 걸친 심리적 위축현상을 해소시키는 조치가 급선무"라며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현재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L자형 경기곡선'을 그릴 전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각계 대표는 "정부가 기계적인 경기 부양책에만 안주할게 아니라 기업할 의욕을 살리고 침체된 경제 분위기를 되살리는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전한 '제2의 IMF 위기론'
"중소기업들은 지금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구인과 자금, 판로 걱정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인쇄업체를 경영하는 조영승 삼성문화인쇄 대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조만간 중소기업들은 다 쓰러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외환위기 때만큼 힘들지만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 경기가 회복은커녕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점"이라고 걱정했다.
부산에서 주물업체를 운영하는 서병문 비엠금속 대표는 "정부가 재정확대와 세금감면 등 경기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선뜻 투자에 나서길 꺼리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장담하는 것과 달리 아직은 경기 불황의 끝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의 경우 신규 투자는커녕 당초 세웠던 투자 계획조차 포기했다"며 "오히려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제2의 경제위기가 오지나 않을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소비 부진에 따른 내수 침체와 투자 부진을 해소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주어지지 않는 한 하반기에도 경제가 쉽사리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 현장경기는 아직 '한겨울'
하원만 현대백화점 사장은 "백화점 업계는 매출 및 고객 수 감소로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며 "소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경제불안 심리 해소가 무엇보다 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했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된 경영환경에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일관되고 원칙을 지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승 삼성문화인쇄 대표는 "이웃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데 우리 정책은 거꾸로 가는 사례가 많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노사 갈등으로 중소기업 사장들이 기업할 의욕을 잃고 있다"며 "신바람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법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빨라야 올 연말쯤 경기 반전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의 소폭 회복이 예상돼 국내 경제도 동반 상승할 조짐이 엿보인다"며 연말께를 경기 저점으로 내다봤다.
이윤우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미국 경기가 아직 본격 회복국면으로 돌아서지 않은 탓에 유럽과 일본 경기도 불투명한 실정"이라며 "미국의 가을 개학과 크리스마스라는 계절적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하반기 국내 경기가 바닥권을 벗어나면 내년에는 본격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국내에서는 북한 핵 문제와 노사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아 3분기 말까지 계속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4분기 이후에 효과를 나타내면 국내에도 훈풍이 불지 않겠느냐"며 한가닥 기대를 내비쳤다.
이계주ㆍ김수언ㆍ강동균ㆍ류시훈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