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놓고 불붙었던 삼성전자[05930]와 LG전자[66570]의 판매 경쟁이 드럼세탁기쪽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드럼세탁기는 99년까지만 해도 국내 수요가 2만2천대에 불과했고 외국산 비중이 전체의 78%를 차지했으나 불과 3년만인 지난해 수요가 18만대로 급증했고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잇단 시장진출로 국산 비중이 75%로 역전됐다. 가전업계는 올해 드럼세탁기의 국내 수요가 40만대로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나고 국산 비중도 90%까지 확대되면서 국내의 양대 메이커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간 경쟁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수요가 급팽창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로, 90년대 초중반에도 두 업체는 수출 브랜드로 일부 드럼세탁기를 생산했으나 LG전자가 작년 1월 '트롬' 브랜드로 7.5㎏급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드럼세탁기 시대를 열었다. LG전자가 같은해 7월 10㎏급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자 삼성전자도 8월 '하우젠' 브랜드로 7.5㎏급을, 지난 1월에 10㎏급을 출시하며 추격을 시작했고 LG전자는 다시 지난 6월 12㎏급을 내놓아 한발 앞서갔다. LG전자는 드럼세탁기의 대형화 경쟁과 관련, 12㎏급 출시로 삼성전자의 추격을완전히 따돌렸다는 주장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드럼세탁기의 주력 제품은 10㎏급인만큼 12㎏급 출시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가격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두 업체는 대형화 경쟁뿐 아니라 10㎏급 출시 이후에는 드럼세탁기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며 원가절감 등을 통해 동급의 저가모델을 잇따라 내놓는 등 가격경쟁에 주력하고 있다. 올초까지 150만-160만원 정도 하던 10㎏급 드럼세탁기가 최근엔 10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며 7-8㎏급의 경우 80만원대까지 가격이 인하돼 일반형중 고급형 세탁기 가격(60만원대)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업계는 두 업체의 가격경쟁이 올 하반기나 내년초에는 에어컨 시장의 덤핑판매와 같은 과열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뢰할만한 객관적 판매집계가 없는 상황에서 두 업체는 자체 집계한 국내 시장점유율에서도 한치의 양보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LG전자측은 "삼성전자가 10㎏급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추격에 나섰지만 10㎏ 미만 용량 시장에서 라인업이 크게 부족한 상태로 LG전자와의 점유율 차이를 좁히지못하고 있다"며 LG전자의 20-30%포인트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삼성전자측은 "드럼세탁기에서 10kg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인데 10kg건조일체형 하우젠 드럼세탁기 출시이후인 4월에 10kg에서 국내시장 점유율 1위에올라섰으며 이후에도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향후 경쟁의 성패는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인하와 다양한 신제품 출시 여부에 달려있다는게 업계의 중론. LG전자는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용량 제품의 신모델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12㎏급에 대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또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이라고 판단한 10Kg 용량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전 유통부문에서 모든 용량의 라인업을 갖춰 유통망 우위를 확고히 하는 한편 내달부터는도어링(Door Ring) 컬러를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