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푸렸던 하늘이 쏟아져 내린다. 배가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비라니...장대 같은 빗줄기가 선착장 바닷물로 내리 꽂힌다. 바다에서 거꾸로 길쭉한 물줄기가 솟아오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배는 점차 높아지는 물결에 흔들리며 제 갈길을 간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와 도초도로 가는 뱃길.신안군에는 8백27개의 섬이 있단다. 한국의 섬을 다 합치면 2천3백개 정도라니 전체의 3분의 1이 이곳에 모여 있는 셈이다. 뱃길 양쪽에 꼬리를 물고 스치는 섬들을 대충 헤아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1시간쯤 지났을까. 배가 속도를 늦춘다. 전방에 다리로 연결된 두 개의 섬이 나타난다. 왼쪽이 도초도,오른쪽이 비금도다. 배는 도초도 불섬나루터에 닻을 내린다. 도초도의 대표적 명소는 시목해수욕장.2.2km의 백사장을 동그라니 말아 놓은 듯한 형상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입구는 호리병 목처럼 좁아져 있고 그 앞을 커다란 바위가 막고 있다. 자연히 파도가 없어 편안함이 절로 느껴진다. 도초도에서 다리를 건너 비금도로 넘어간다. 비금도의 명물은 하누넘해수욕장과 원평해수욕장.내월리에서 깎아지른 듯한 고개를 넘으면 하누넘해변의 비경이 눈 아래 펼쳐진다. 파문을 그리며 몰려드는 물결에 석양이 떨어지면 이 주변은 숨막히는 장관을 연출한다. 원평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10리에 이른다 하여 명사십리로 불린다. 해변에 내려가보니 그 말이 허언이 아니다. 끝이 까마득한 게 실제 길이는 그 이상이 되고도 남을 만하다. 수 백m 폭으로 펼쳐진 해변의 모래는 밀가루보다 곱다. 물기를 머금은 모래밭이 하도 촘촘하고 단단해 경비행기가 뜨고 내린단다. 해수욕장 한 쪽 바위에서 굴 따는 할머니들을 만났다. 하나 먹어보라며 바닷물에 절은 굴을 건넨다. '우리 애들은 광주하고 서울하고 다 대처에 나가 있어.걔들이 돌아올 땐 여기 와서 미리 굴을 따놓지.아주 좋아하거든.' 대처로 나간 아들에 대한 자랑과 그리움이 와 닿는다. 우리들의 어머니가 모두 저런 마음이시겠지….뭉클한 것이 가슴 속에서 울렁인다. 비금·도초도=글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