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 회계연도(2002년 10월~2003년 9월) 재정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4천5백50억달러로 불어날 전망이어서 경제 실정(失政)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재정적자 누증의 주범으로 경기 부진과 테러전쟁 비용을 꼽았지만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무분별한 세금 감면 때문이라며 내년 대통령 선거의 최대 경제이슈로 부각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백악관 예산국은 15일 2003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5개월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무려 1천5백억달러나 많은 4천4백50억달러로 늘어 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2%에 해당하는 규모다. 내년 적자도 4천7백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NBC TV는 내년 적자 예상치에 이라크 전쟁 복구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백악관 예상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보도했다. 백악관 예상만으로도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적자 규모는 1조9천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부시 대통령이 2001년 집권하면서 예상했던 이 기간 중 재정 수지는 2조9천억달러 흑자였다. 바뀐 전망대로라면 6년 누적 수지가 4조8천억달러나 악화되는 셈이다. 조시아 볼튼 백악관 예산국장은 "2003 회계연도 적자의 53%는 경기 부진,24%는 테러 전쟁과 국토안보에서 초래됐고 나머지 23%가 세금 감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정도는 관리 가능하며 재정 균형이 테러 전쟁과 경기 회복보다 우선 과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조셉 리버맨 상원의원(코네티컷주)은 "재정 적자의 주범은 불공정하고 효과도 없는 세금 감면"이라며 부시 행정부를 비난했다. 존 에드워드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도 "부시 행정부는 국가 전체를 빚의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공격했다.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 출석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지출감소와 다른 부분의 세금인상으로 재정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