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채권단이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채권단은 14일 운영위원회에서 하나은행이 마련한 '사전정리계획안'을 검토한 데 이어 다음주 중 전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과 사전정리계획안 동의 여부를 묻기로 했다. 특히 채권단은 상장폐지금지 가처분신청까지 준비하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이어서 법정관리신청 검토가 단순한 '해외채권단 압박용 카드'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사전정리계획안 어떤 내용을 담았나=금융기관과 비금융기관 정리채권 5조7천여억원 가운데 40%인 2조2천8백5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경우 총 출자전환 금액은 SK㈜의 8천5백억원을 합쳐 3조1천3백50억원이다. 캐시바이아웃(CBO·채권할인매입)은 없다. 해외채권단의 보증채무이행청구에 대해서는 9%만 변제해준다. 출자전환 후 남는 채권은 내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분할 상환한다. ◆이해관계자간 득실=국내 채권금융기관들은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크게 손해볼 게 없다는 평가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단점은 상장폐지 가능성 때문에 출자전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정도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상장폐지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채권단은 설명하고 있다. 반면 장점은 △1백% 이상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해외채권자들에게 채권액의 9%(해외법인 청산배당금 14.3% 감안시 22.01%)만 물어줘도 되고 △연기금 등 비협약채권자들에게도 채권금융기관과 똑같은 손실분담을 요구할 수 있으며 △해외채권자와 비협약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SK그룹 입장에서도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분석이다. 우선 SK글로벌은 자금운용에 여유가 생겨 영업력을 확충할 수 있다. SK㈜나 SK텔레콤 등 SK글로벌과 거래가 많은 계열사들도 법정관리 신청 후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서는 채권변제 0순위인 '공익채권'으로 인정받아 아무 위험없이 거래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해외채권단은 자신들이 요구해온 '1백%+알파'는 고사하고 국내 채권단이 제시했던 43%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2% 정도만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해외 법인 청산을 통해 14.3%를 회수하고 SK글로벌 본사로부터는 나머지 85.7%의 9%인 7.71%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협약채권자들 역시 국내 채권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손실분담이 불가피하다. ◆막판 변수=법정관리 신청 전에 해외채권단이 '백기투항'할 경우 상황은 1백80도 반전될 수 있다. 법정관리 신청은 없던 일이 되고 다시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로 돌아선다. SK㈜와 SK텔레콤 이사회가 법정관리 신청 전에 출자전환 및 기존 거래관계 유지를 결의해 줄지도 관건이다. 이사회 결의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은 '사전정리계획안에 의한 법정관리',즉 회생을 전제로 한 신속형 법정관리 대신 일반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SK글로벌은 다시 한번 청산 위험에 노출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