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23:55
수정2006.04.03 23:59
중국 춘추전국 시대 연소왕은 거의 망해가던 나라를 정비해서 왕위를 지켰다.
그는 내란을 틈타 침략했던 제나라에 복수함으로써 선왕의 치욕을 씻고자 곽외 선생을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곽외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옛날 한 임금이 천금을 주고서라도 천리마를 구하고 싶었는데 3년이 지나도록 헛수고만 했다.
그러자 궁중의 한 노복이 자신해서 나섰다.
석달 후 노복은 천리마를 찾았지만 이미 죽은 것이었다.
그래도 그는 금 5백냥을 주고 죽은 천리마를 사갖고 와 바쳤다.
이유를 묻자 그는 죽은 말을 5백냥에 구입,좋은 말을 사려는 대왕의 마음을 천하에 알렸으니 이제 곧 천리마가 나타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과연 1년도 안돼 임금은 천리마를 세 필이나 얻었다."
곽외는 연소왕에게 "제왕은 인재를 스승으로 대하고 패주는 인재를 신하로 대하며 망국의 임금은 인재를 노예로 대한다"며 자신을 낮추고 현자에게 가르침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 백배나 훌륭한 인재를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그러자 연소왕은 곽외를 스승으로 모시고 황금대를 쌓아 현자를 모집한다는 소문을 냈다.
이에 위나라의 악의,제나라의 추연,조나라의 극신 등이 찾아왔다.
왕은 그들을 극진히 대했다.
28년 후 연나라는 드디어 부강해졌고 악의를 상장군으로 삼아 제나라를 격파했다.
7백44쪽에 달하는 "지전(智典)"(렁청진 편저,장연 옮김,김영사,2만4천9백원)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은 "사기" "춘추" "한비자" 등 중국고전에서 난세의 인걸들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는지를 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춘추전국시대의 격랑을 넘는 영웅과 책사들의 "경세제민 드라마"를 현대적인 렌즈로 비춘 것이다.
맹상군의 인재등용 모델,대상인 여불위의 적은 자본으로 왕조 사들이기,장의와 소진의 합종연횡 등 1백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는 중국문화의 틀이 춘추전국의 백가쟁명 시기에 형성됐다며 "도(道)"와 "술(術)"로 설명한다.
그러나 성인이든 간신이든 단지 "술"에만 집착하고 "도"를 무시하면 패배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깨운다.
그렇다고 명분만 내세우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그는 시대변화에 따라 명분과 실리를 조화롭게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정수로 꼽는 것은 중용의 지혜,즉 "시중(時中)"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다.
그래서 치인(治人)의 경세철학은 늘 새롭다.
이 책은 지혜의 경전인 "지전총서"의 첫권.
앞으로 "양한(兩漢)"과 "수당송원(隋唐宋元)" "명청(明淸)"편이 연내에 출간될 예정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