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의 경기예측 능력에 대해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자주,큰 폭'으로 수정되는 데다 핵심 지표의 추정치를 놓고 큰 편차를 보이고 있어 연구자료 교류 및 조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정부가 가장 신뢰한다는 두 기관의 이같은 모습은 정부의 경기판단과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이어져 적잖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은은 10일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달 전(4월10일) 하향조정했던 4.1%에서 3.1%로 1%포인트 낮춰 제시했다. 한은은 작년 말 올 성장률을 5.7%로 전망했었다. 7개월 만에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셈이다. KDI도 하루 앞서 9일 올 성장률을 한은과 같은 수준(3.1%)으로 수정 전망했다. 올 성장률에 관한 KDI 전망치도 이번이 세 번째(지난해 12월20일 5.3%→올 4월10일 4.2%→7월9일 3.1%)다. 그동안 이라크전쟁, 사스(SARSㆍ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등 불확실성이 커 국내외 민간 연구기관들도 자주 전망치를 바꿨다지만, '예측치 품질'에서 큰 차이를 드러냈다. 메릴린치와 HSBC 등 해외 금융회사들은 지난 3월부터 '3%대 성장률'을 내놓았다. 특히 KDI는 한국은행이 1.9%로 추계한 2ㆍ4분기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하루 전인 9일 2.4%로 발표, "도대체 어느 기관을 믿어야 하느냐, 분석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가장 크게 의존하는 두 기관의 분석능력에 대한 회의는 정부는 물론 기업들의 투자 등 경영계획 수립에까지 혼란을 끼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방대한 조사 인력을 보유한 한은과 KDI의 경기예측 능력이 불과 1∼2명이 한국경제 관련 리포트를 쓰는 외국계 금융회사보다 특별히 나을 것도 없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박승 한은 총재가 잦은 말바꾸기로 구설수에 오른 것도 부실한 예측력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박 총재는 지난 5월 다른 민간 연구기관들이 모두 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낮추는 상황에서도 금통위(5월13일)에서 "4조원대의 추경과 0.25%포인트의 콜금리 인하로 올 경제성장률은 4%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국회 재경위에 출석했을 때도 "4%대 성장은 가능하다"고 장담했었다. 이 때문에 증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은과 KDI가 경기가 어렵다며 전망치를 낮출 때야 말로 오히려 주식을 사야할 때"라는 비아냥까지 나돌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