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노사 합의제 시스템인 '폴더(Polderㆍ간척지) 모델'이 불황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고용조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지난 90년대 네덜란드의 경제기적을 일궈냈던 폴더 모델이 최근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에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폴더 모델은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할 때 갖춰야 할 까다로운 요건을 규정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20명 이상의 종업원을 해고할 때는 반드시 노사 협의를 거쳐야 하고 △한 지역에서 20명 이상을 해고할 수 없으며 △나중에 입사한 근로자부터 먼저 해고해야 하는(last-in first-out) 조항 등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지역 사업장별로 19명씩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유능한 신참 종업원들을 해고 목표가 달성된 사업장으로 전출시키는 등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정보기술(IT) 업체인 핑크로케이드의 행크 쿠이트 인사담당 이사는 "엄격한 노사관계 규정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을 울며 겨자먹기로 퇴직시켜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비판했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 초 △노조의 임금인상 자제 △정부의 기업부담 경감대책 마련 △기업의 고용증대 및 인사관련 결정사항에 대한 노사협의 등을 골자로 하는 노ㆍ사ㆍ정 협약을 마련했다. 이러한 합의제 노사관계에 힘입어 네덜란드는 호황기였던 1990년대 말에는 실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높은 연간 3% 이상의 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나 2001년부터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네덜란드 기업들은 노조와의 합의에 시간을 빼앗겨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43%나 격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가장 많이 줄었다. 올해는 특히 198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