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보면 '실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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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을 보면 사내 실세가 보인다'
주가가 뛰고 있는 요즘 기업 임원들의 최대관심사는 스톡옵션이다.
스톡옵션 차익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해 연봉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0년에 처음으로 부여된 스톡옵션을 올해부터 행사할 수 있게 된 기업들이 많아 임원들은 주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회사 서열은 직급이나 직위로 정해지지만 스톡옵션은 이와는 달리 실질적인 역할과 기여도에 따라 주어진다.
그래서 직급은 낮아도 많은 스톡옵션을 받거나 같은 직급내에서도 스톡옵션의 규모가 차별화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스톡옵션이 누구에게 얼마나 부여됐는 지를 잘 살펴봐야 진정한 회사내 실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셈이다.
[ 삼성전자 ]
윤종용 부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2000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만주씩을 받았다.
이 본부장이 직급은 사장이지만 그룹경영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만큼 '부회장급' 대우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최고참 사장인 이윤우 반도체총괄 사장은 7만주씩을 받았다.
촉망받던 진대제 전 사장도 7만주씩을 받았으나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2001년도분을 포기했다.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과 황창규 메모리사업부 사장,임형규 비메모리사업부 사장,이상완 TFT-LCD사업부 사장 등 주력사업을 담당하는 사장들과 이들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각각 5만주씩을 받아 그 뒤를 이었다.
그룹의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인주 구조본 재무팀장(부사장)도 총괄사장과 같은 5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아 그의 위상을 진단할 수 있다.
2000년과 2001년에는 부사장급들에게 1만5천주부터 3만주가 배정됐는데 최지성 디지털비디오사업부장,강호문 네트워크사업부장 등 극소수만이 3만주씩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 중 강 부사장은 2001년 삼성전기 사장으로 발탁됐고 최 부사장은 올해 초 진대제 장관 후임으로 디지털미디어총괄대표로 뽑혔다.
스톡옵션과 사내 출세가 직결된 셈이다.
2001년부터 구조본 비서팀장을 맡아 이건희 회장을 측근에서 보필해온 김준 상무는 그해에 부사장급과 같은 1만5천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2001년에 상당수의 전무급은 7천주를 받았지만 삼성전자 IR담당 주우식 상무와 D램 마케팅을 맡고 있는 김일웅 상무 등은 이보다 많은 1만주씩을 받았다.
재정경제부 과장에서 삼성맨으로 변신한 주 상무는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투자자들에 대한 IR 활동을 성공적으로 벌여 삼성전자를 세계 일류기업들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다.
김 상무는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휴대폰 등 메모리반도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대형 고객들에게 특화된 고급 제품을 공급,다른 업체들과 차별화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 현대자동차 ]
지난 2월 김동진 대표이사 사장이 가장 많은 5만주를 받았다.
그러나 같은 사장급이라도 대표이사가 아닌 연구개발본부장 등은 2만~3만주를 받는 데 그쳤다.
반면 부사장이지만 김충용 상용사업본부 총괄본부장은 사장급보다 많은 3만주를 받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합작을 통해 연속 적자를 기록해온 전주 상용차공장을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대차의 구매시스템 등 e비즈니스를 담당하는 팽정국 전무도 동급의 임원들(5천∼1만주)보다 훨씬 많은 2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미국현지법인 대표인 최재국 전무도 사장급과 같은 2만주를 부여받았다.
경쟁이 치열한 전략시장에서 싼타페 그랜저XG 등의 판매를 크게 늘려 성공의 기틀을 잡은 점이 감안됐다.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설영흥 전무는 2000년3월 부사장 수준인 3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고문으로 물러난 올해 3월에도 사장급 수준인 2만주를 추가로 받았다.
중국사업의 안착을 격려한 셈이다.
사외이사중에서도 차별화는 있다.
현대차는 올해 2월 4명의 사외이사중 대학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국내 이사 3명에게는 2천주씩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그러나 제휴선인 일본 미쓰비시상사의 미야모토 마사오 자동차본부장에게는 무려 1만1천주의 스톡옵션이 주어졌다.
사업상 긴밀한 관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 SK텔레콤 ]
지난해 3월 전략기획 등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은 김신배 전무에게 두번째로 많은 1천6백50주의 스톡옵션을 배정했다.
재무 등을 담당하는 다른 부사장(7백90주)보다 훨씬 많았다.
주가가 높은 만큼 웬만한 기업의 1만5천주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업전략 수립과 다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에 대한 노고가 인정됐다.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은 조정남 부회장.
6천1백50주를 받았다.
그는 2001년에도 7천7백50주를 받았다.
SK텔레콤 급성장기에 CEO를 맡아 공헌했다는 게 스톡옵션 부여의 가장 큰 배경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