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하루 세 시간만 잔다. 미친듯이 일하고 악착같이 번다. 하나의 직장, 하나의 일거리만으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두 개의 직장, 두 개의 일(jobs)을 위해 밤낮으로 뛴다. 인생고(苦) 따위는 생각할 여유도 없다. 서울 구로1동에 사는 윤호련씨. 훌쩍 마흔 여섯이 됐다. 고등학생인 아들과 중학생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그는 2년 전부터 투잡스(Two Jobs) 인생이 됐다. "그때 18년이나 다녔던 컴퓨터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개인 회사를 차려 낮에는 컴퓨터 판매 일을 하고 밤 8시부터는 조그만 주점 사장으로 일합니다. 잠이요? 세 시간 남짓 잡니다." '안주파티 구일점'이 그가 밤일을 하는 곳이다. 전국에 벌써 20개 점포를 깔고 있는 프랜차이즈의 시범점포다. 의류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미옥씨(42ㆍ여)도 투잡스 인생이다. 낮에는 회사 부장으로, 저녁에는 라면 전문점인 '생라면 OK' 역삼점의 점주로 뛴다. 점포는 회사에서 걸어서 5분거리. 밤 10시까지 4시간 동안 매일 파김치가 된다. 김씨는 "앞으로 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에 대비해 연습 차원에서 가게를 차리게 됐다"며 "힘들긴 하지만 생활이 역동적이어서 살 맛이 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가게 차리는데 든 비용은 9천6백만원. 20평짜리 점포 임대보증금과 권리금으로 6천8백50만원 들었고 나머지는 가맹비, 인테리어비, 주방설비비, 간판비 등이었다. 월 평균 매출은 2천3백만원, 순이익은 7백70만원 정도. 최규순씨(가명ㆍ34)는 낮에는 렌터카 회사 직원으로, 밤에는 유흥업소 대리운전 기사로 일한다. 벌써 3년째. 결혼 후 시작한 분식점과 책대여점 장사가 순탄하지 않았다. 돈을 모아 다시 사업에 도전해볼 일념에 밤낮을 잊고 있다. 요새는 경기가 워낙 나빠 대리운전 수요도 많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다. 유아용품 프랜차이즈인 '프랜드리 베이비'를 운영하고 있는 황인규 사장(45)은 투잡스를 통해 벌떡 일어난 경우. IMF 경제위기 때인 98년 9월 직장(S생명)에서 4천만원을 대출받아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유아용품 가게를 차리면서 '낮에는 샐러리맨, 밤에는 가게주인'의 투잡스 인생을 시작했다. 2년반 동안 경험을 쌓고 샐러리맨 쪽을 청산한 것은 2001년 3월. 가맹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으면서 지금 그는 40여개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사업가로 변신했다. 코에서 단내를 맡으며, 잠을 쫓으며, 24시간을 달리는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