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카드채 대란(大亂)설'은 기우(杞憂)로 끝날 것인가. 7월 이후 카드사(BC카드를 제외한 8개 전업사 기준)들은 더 이상 외부 지원 없이 '홀로서기'로 하반기중 만기가 돌아오는 21조7천억원 규모의 채무(회사채를 포함한 모든 차입금ㆍ여신전문금융업협회 자료)를 해결해야 한다. '4ㆍ3 카드대책'에 따른 카드채 자동 만기연장이 이달 말로 종료되는 데다 정부가 "더 이상 카드사 지원은 없다"고 여러차례 공언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 LG 등 대형사들의 증자가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등 현재 금융시장 분위기로는 "한 고비를 넘긴 것 아니냐"는 낙관적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무더기 적자 상태인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본격 개선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 조금씩 확산되는 낙관론 권성철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26일 "카드채 문제는 전체 시스템 문제에서 개별 회사 문제로 좁혀졌다"며 "카드채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카드채 거래가 되살아나고 시장 불안감도 해소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노태식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도 "카드사들이 경영실태 평가를 앞두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곳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노 국장은 또 "대부분 카드사들이 3분기에 만기도래하는 14조원 이상의 카드채를 모두 갚는 최악의 상황도 감내할 수 있는 비상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같은 낙관론은 카드사들이 상반기중 예정했던 2조원 이상의 자본확충 계획을 이행하면서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 등 은행권에서 하반기 만기도래 카드채를 선별적으로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LGㆍ국민카드 등의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분위기 반전에 일조하고 있다. 정부는 투신과 보험권도 카드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는 만큼 만기연장에 협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부실채권 감축에 안간힘 금감원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은 지난달 2조원에 이어 이달중 2조6천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 또는 상각 처리키로 했다. 당장 LG카드는 오는 30일 1조5천억원 규모의 상각 및 연체채권을 자산관리공사(KAMCO)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LG카드는 이미 8천8백억원 이상의 상각채권을 매각한 바 있다. 현대카드도 이달중 연체채권 3천2백여억원을 매각하며 삼성카드는 1조원이 넘는 연체채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LG투자증권이 카드사 등의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추진해온 특수목적회사(SPC) 설립도 오는 8월중 가시화될 전망이다. ◆ 완전정상화까진 시간 걸릴 듯 카드사 불안은 SK글로벌 분식회계라는 돌발변수 때문에 촉발됐지만 이면에는 수익 악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경영수지가 흑자로 반전되지 않는 한 위기론이 언제든 돌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카드사들이 최근 연체채권을 급하게 싼값으로 팔면서 중ㆍ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부실채권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이 장부가의 10%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카드사들이 정상적인 수익성을 회복하는 시점은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위기론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잠복해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김수언ㆍ김동욱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