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리려면 노무현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20일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 대통령이 재계와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비공식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이 노조 위원장들만 만나지 말고 재벌 총수도 만나서 경기회복을 위한 아이디어를 들어야 한다"며 "지금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박정희식 경제개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부회장은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비교적 '입이 무거운 전경련 부회장'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때문에 이날 발언은 그가 '이제는 재계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해야겠다'는 작심을 하고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현 부회장은 "국내 민간 투자의 약 70%를 10대 그룹이 맡고 있다"며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대통령이 직접 재벌 총수와 만나 기업의 고충을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부회장은 대통령이 재벌 총수와 만나 네가지 질문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노 대통령이 이건희 삼성 회장과 만난다면 우선 "요즘 삼성은 무엇으로 먹고 살고 있습니까" "그런 것들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고 물어 기업들의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으로 각 기업들이 생각하는 향후 주력사업을 들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정부가 무엇을 도와줘야 됩니까"라고 기업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회장은 "만약 대통령이 이같은 행보를 보이게 되면 이는 정부 각 부처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투자 활성화와 경기 부양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여정부 관료들에 대한 재계의 '따가운 평가'를 전했다. 그는 "재계에선 권기홍 노동부 장관이 말이 가장 잘 통하지 않는 장관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현 부회장은 "권 장관에 비해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재계 인사들이 의견을 제시하면 '맞습니다. 이해합니다' 등으로 대답하면서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출신인 현 부회장은 '삼성식 기업모델'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그는 "SK가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기로 하면서 이제 재벌그룹 가운데 삼성만 구조본을 갖게 된 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현 부회장은 "투명 경영 등 몇가지 일반적인 원칙은 수용해야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비판적으로 국내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리 기업은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 관습 등이 녹아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고 이것이 경쟁력의 원천이었다"고 주장했다. 현 부회장은 "국내에선 외국 기업에 대한 벤치마킹 노력은 많지만 정작 국내 기업을 보고 배우려는 시도는 부족하다"며 "전경련 차원에서 이런 시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ㆍ장경영 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