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후순위 전환사채(CB) 청약 경쟁률이 2.99 대 1로 최종 집계됐다. 19일까지 3일 동안 우선배정권을 갖는 개인과 일반법인이 후순위 CB를 받기 위해 낸 청약자금은 2조3천9백59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1억원어치를 청약한 투자자는 3천3백40만원어치의 후순위 CB를 받게 된다. 기관투자가는 3천억원어치를 청약했지만 배정순위에서 밀려 물량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삼성카드 후순위 CB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은 향후 증시에 좋은 신호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뿐만 아니라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 조짐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움직이는 부동자금 삼성증권은 이날 청약마감한 삼성카드 후순위 CB 청약자금은 당초 예상했던 규모였다고 밝혔다. 1인당 청약금액이 평균 8천6백60만원에 달해 거액 자산가들의 청약이 많았던 것으로 삼성증권은 풀이했다. 신용위험에 민감한 외국인도 2천4백억원어치를 청약했다. 삼성증권 후순위 CB는 최고 연 9%의 만기이자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초저금리시대를 살아가는 투자자의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었다. 또 삼성카드가 향후 5년 안에 기업을 공개하면 CB를 주식으로 전환,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메리트로 작용했다. 삼성증권 윤춘선 기업금융팀 부장은 "5억∼10억원의 뭉칫돈을 들고 청약하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창구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청약자금 규모가 예상보다 적다는 시각도 있다. 코스닥기업인 웹젠의 공모주 청약에 3조3천억원의 자금이 몰린 것과 비교할 때 '기대 이하'라는 것이다. ◆ 카드채 문제 해결 '청신호' 삼성증권 후순위 CB가 발행 목표금액인 8천억원을 크게 넘어서면서 증시와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신용카드사 유동성 위기가 고비를 넘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카드는 연체율 급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올해 확충키로 한 1조원 가운데 2천억원은 자본금 증액으로 메운데 이어 8천억원 규모의 후순위 CB를 발행키로 했다. 때문에 삼성카드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가 삼성카드의 이번 후순위 CB 발행의 성공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민카드에 이어 삼성카드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게 돼 카드사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됐다"며 "이는 금융시장 불안을 상당부분 제거하고 증시에도 도움을 주는 신호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국민카드의 경우 국민은행과의 합병으로, LG카드는 이날 실시한 유상증자를 사실상 성공리에 마무리함으로써 유동성 위기국면에서 상당부분 벗어난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