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5:33
수정2006.04.03 15:37
20대 남녀의 적나라한 연애담을 그린 '맛있는 섹스,그리고 사랑'(제작 기획시대)이 오는 27일 개봉된다.
비디오 영화를 연출했던 봉만대 감독이 주류 영화계에 들어와 만든 첫 성애영화다.
그동안 '밀애'와 '미인' 등 주류 성애영화들에서 섹스는 집착과 광기 등 비정상적인 감정상태에서 이뤄지고 으레 불륜으로 연결됐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섹스를 일상생활의 오락으로 즐긴다.
성(性)을 공개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앞선 성애영화들과 다르다.
주인공 신아(김서형)와 동기(김성수)에게 섹스는 자신을 알리는 창이다.
원나이트 스탠드(첫 만남에서 잠자리까지 가는 것)로 맺어진 두 사람의 유일한 관심은 섹스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탐닉하거나 애무하는 것으로 소일한다.
행위가 이뤄지는 장소도 침대뿐 아니라 거실과 주방 화장실 버스안 등 다양하다.
영화에서 섹스는 사랑의 결과가 아니라 출발이다.
두 남녀는 섹스한 뒤에야 서로 "사귀자"고 말한다.
마음보다 먼저 몸이 가까워지고 마음보다 몸이 먼저 서로를 떠난다.
"너한테 나를 다 열어줬는데도 그게 사랑인지 모르겠어"란 대사는 주제를 함축한다.
주인공 남녀가 갖고 있는 '사랑=섹스'란 의식,신아의 란제리를 보고 "멋있네요"라고 말하자 "비싼 거예요"라고 응수하는 대사 등에서는 현대 사회의 물신성을 볼 수 있다.
신아와 동기는 서로의 몸에만 익숙해졌을 뿐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대사회 연인의 전형을 상징한다.
이 영화는 남녀관계에 따르는 예절이나 감정의 진전 등을 완전히 생략한 채 육욕의 움직임만 포착한다.
솔직하고 숨김없는 성애를 묘사하기 위해 카메라는 섹스행위를 여러 각도에서 잡아 사각을 없앴다.
육체를 탐닉하는 각종 소리들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장식을 없앤 단순한 공간 처리는 미학적인 문제점을 드러내지만 섹스를 즐기는 캐릭터들에게 시선을 집중토록 만든다.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이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는 별로 없다.
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