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 공정위원장ㆍ전경련 회장단 간담회] "기업 묶고 경제 살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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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대기업들의 투자라는 사실을 강 교수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으로 기업들을 꽁꽁 묶어놓고 어떻게 경제를 살리자는 것인지…."
12일 저녁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전경련 회장단간 만찬간담회를 마친 뒤 한 재계 인사는 강 위원장을 '강 교수'로 호칭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간담회는 정부와 재계간 명확한 입장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최악의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열린 간담회는 포도주 건배로 시작해 2시간 30분 가까이 웃는 얼굴로 진행됐지만 분위기와 달리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강 위원장의 발언과 '경제를 살리자'는 대기업 회장들의 주장이 사실은 전혀 다른 방향을 보고 나눈 일방적인 대화였던 셈이다.
분위기는 처음부터 좋았다.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환영사에서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정책당국과 기업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참여정부의 새로운 기수 가운데 한 분인 강 위원장을 모신 이 자리에서 서로 힘을 합쳐 난제를 푸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할 정도였다.
환영사를 마친 손 회장이 "우리 경제 회복에 앞장서자"며 포도주로 건배를 제의할 때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이후 가까워진 정부와 재계간의 거리를 실감하는 듯 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강 위원장의 인사말에서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강 위원장도 처음엔 "참여정부의 원칙인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리적인 해결방안 찾기'를 위한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왔으니 좋은 의견을 많이 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이 의례적인 것이었다는 건 금방 드러났다.
그는 "올 3·4분기까지 현행 재벌정책의 방향을 확정짓고 이를 3년간 시행한 뒤 그때 가서 결과를 평가,재벌정책을 재점검하겠다"고 재벌개혁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헛기침을 하면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강 위원장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재벌에 대한 조사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경기가 하강할 때 개혁을 하면 자연스럽게 산업재편성이 이뤄져 경기가 회복될 때 건강하게 다시 설 수 있다"고 '원칙'을 강조했을 때는 분위기가 더욱 냉랭해졌다는 후문이다.
기업 총수들의 불만은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발언으로 구체화됐다.
평소 말을 아끼는 현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재벌 형태는 한국적 특수성의 산물인데 그것을 일정한 시한(3년)을 정해 놓고 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의 조직문제는 그 나라의 경제발전단계 문화 관습 등이 녹아 있는 것"이라며 "한국은 한국 나름의 특수성이 있고 국내 기업간에도 삼성과 현대가 다른 것처럼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정부에서 말하는 지주회사는 여러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모든 기업이 선택해야 하는 강제성을 띠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현 부회장은 "한국적 그룹 형태는 분명히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뭘 먹고 살고 있고 누가 그것을 만들었나'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과거 한국의 대기업은 범그룹차원에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리스크를 분산해 이같은 성과를 일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