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이스댄싱 여자 선수가 한국 국적 취득을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한국 국가대표를 지낸 이천군(22.한양대)과 지난해부터 호흡을 맞춰온 케이트 슬래터리(19.델라웨어대 2년)는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국적 취득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슬래터리는 "국가에 공헌한 자는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한국 국내법 조항이 있는 걸로 안다"면서 "아직까지 공헌한 바는 없지만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다. 슬래터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적 취득을 허용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대표로 2006년 올림픽에 참가해 10위권에 진입하고 2008년 아시안게임에는 금메달을 따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국내 체육단체에 선수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F2 비자(한국인과 결혼하거나 국내 5년 이상 거주자 등에게 주어지는 비자)를 취득해야 하므로 슬래터리의 한국 국적 취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슬래터리와 연인 사이인 이천군과 결혼하는 방법을 통해 국적을 취득할 수도 있지만 이들 모두 이제 20세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에 성사되기 힘들다. 이천군도 "슬래터리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결혼이란 말을 꺼내긴 이르다"면서 "호흡이 잘 맞아 서로 같은 팀으로 뛰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피력했다. 슬래터리의 변호사인 마이클 최씨는 "현재 정부 관계당국과 논의를 벌이고 있다"면서 국적 취득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슬레터리는 다음달 1일이 국제빙상연맹(ISU)의 국적변경 신청 마감일이라 오는 30일까지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일단 국적 취득을 포기할 방침이다. 이천군-슬래터리 조는 아직 세계무대에 도전하기엔 기량이 떨어지지만 한국 대표로는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