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이스댄싱 여자 선수가 한국 국적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주인공은 전 한국 국가대표인 이천군(22.한양대)과 지난해 말부터 함께 연기해온 미국 델라웨어대 2학년인 케이트 슬래터리(19).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직후 파트너가 운동을 그만둬 홀로 운동해 온이천군은 지난해 10월 미국 전지훈련 도중 슬래터리를 만났고 이후 파트너로 호흡을맞춰왔다. 하지만 현행 국제빙상연맹(ISU) 규정상 아이스댄싱에서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동일 국가 선수끼리만 짝을 이루게 돼 있어 둘 중 한명은 국적을 변경해야하는 처지에 놓였고 결국 슬래터리가 한국 귀화를 결심하게 됐다. 그렇지만 슬래터리가 한국 선수로 등록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3년 문화체육부가 대한체육회에 하달한 지침에 따르면 외국인 선수가 국내 체육단체에 선수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F2 비자(한국인과 결혼하거나 국내 5년 이상 거주자 등에게 주어지는 비자)를 취득해야하기 때문이다. 즉, 슬래터리가 F2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이천군과 결혼하는 방법 밖에 없지만 이도 둘 다 이제 20세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적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슬래터리를 만났다는 이천군의 아버지 이병철씨도 "둘이잘 어울리고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천군이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슬래터리측은 열악한 피겨스케이팅 경기력과 한미 관계를 고려한 한국정부의 결단에 희망을 걸고 있다. 슬래터리측이 고용해 9일 한국을 찾은 마이클 최 변호사는 "한국 국익에 큰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승인하고 법무부 장관이 허가하는 방식으로 특별히 국적을 인정하는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슬래터리 선수는 앞으로 한국국익에 명백하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국적 취득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